농업관료가 죽어야 한국농업이 산다

오는 4월 8일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치러진다. 4,910명을 선발하는데 응시인원이 무려 22만8368명으로 경쟁률이 역대 최고인 46.5 대 1이라고 한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정규직 공무원의 평균연봉(복지 포인트 포함)이 5,702만원이다. 정년에 연금까지 보장받으니 관료의 대열에 올라타려고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망국병이 아닐 수 없다.

대선 주자들 사이에 공공부문 인원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나는 줄이면 선, 늘리면 악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별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줄일 곳은 줄이고 늘릴 곳은 늘려야 한다. 소방 경찰 복지 분야를 늘려야 한다면 농업 분야는 대폭 줄이는 게 맞다.

지난해 12월 1일 기준으로 전체 농가 수는 108만7000호, 인구로는 256만9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5.1% 수준인데 2000년 기준 403만1000명에서 36.3%나 감소했다. 농업인구는 이렇게 급감하고 있지만 농업 관련 공무원들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각종 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농업인구 감소하는데 농업관료는 팽창

농림축산식품부 정원이 3,277명인데 본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식품공무원교육원, 한국농수산대학, 국립종자원 등 5개 소속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정원이 1,852명인데 본부와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등 4개 소속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산림청 정원이 1,590명인데 본부와 11개 소속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3개 중앙부서에 소속된 공무원이 6,719명이다.

어디 그뿐인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정원 5,126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정원 600명) 등 7개 기관 소속 준공무원이 7,000여명이 넘는다. 농진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산림청 산하 한국농업진흥원도 준정부기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재단법인 한식재단 등 5개의 기타 공공기관이 또 있다. 산림청에는 녹색사업단 이라는 기타 공공기관이 있다. 이렇듯 3개 정부부처와 산하 15개 기관 소속 정원이 족히 1만5000명은 된다.

농업공무원은 지역에도 있다. 각 도청에는 농업 관련 부서가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농축수산식품국, 농업기술원(정원 163명), 농식품인력개발원이 있다. 또 전국 155개 지자체에는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전북 김제시 농업기술센터는 정원이 103명이다. 경북 경산시는 70명이다. 이렇듯 도 단위와 기초 단위 농업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1만 명은 될 것이다. 읍면사무소에서 산업계 등 농업 관련 업무를 보는 공무원은 계산에 넣지도 못했다.

농가 108만700호에 농업관련 중앙·지방공무원과 준공무원이 2만5000명이나 되는 나라, 이게 정상인가? 이 많은 농업 관료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계산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농협중앙회와 전국 단위농협 1,131곳 임직원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농협중앙회 임직원 3,458명 중에서 381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고, 농협금융 임직원 1만9851명 중에서 1,811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사업자의 먹잇감이 된 농민지원예산

농업 관료나 농업조직이 농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니 농업예산도 농민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삼림청의 한 해 예산은 17조3000억 원이다. 이 중에서 농민에게 지원하는 예산은 38%인 6조5740억 원이다. 하지만 농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주는 건 2조1798억 원뿐이다. 나머지 4조3942억 원은 사업예산이다.

가령 유기질 퇴비(축분) 20kg 한 포대에 3,600원인데 각종 보조금이 1,300원 정도 하니 농민은 2,3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보조 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결국 보조금의 대부분이 퇴비사업자를 위한 예산인 것이다.

대기업들도 국내 1차 산업을 기반으로 2차 산업을 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GMO 옥수수, 당밀, 외국농산물을 수입해서 식품을 만든다. 그들은 농촌에 비료, 가축사료, 농약, 농사용 비닐을 비싸게 공급한다. 그들에게 한국농업은 1차 원료를 공급하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일 뿐이다.

박제화된 농민을 두고 농업 관료는 물론 농촌에 설비를 짓고 기계, 사료, 비료, 농약을 파는 사업자들이 뜯어먹고 사는 구조, 이게 한국농업의 현실이다.

농촌은 식량과 공업원료로 쓰이는 작물을 생산하며, 생태와 문화를 보존하고, 국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며, 청년이나 조기퇴직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에서 그게 가능할까? 먼저 농업관료 숫자를 대폭 줄이고 각종 사업예산을 기본소득이든 뭐든 농민에게 직접 지급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니 한국농업이 살려면 먼저 농업 관료가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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