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만 9220원’의 무게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초이틀, 그 날 밤 저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밤새 뒤척인 게 열대야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쉽게 잠들지 못한 이유는 저희 뉴스타파 게시판에 올라온 짧은 글 때문이었습니다. 직업상 많은 글을 접하는 편이지만 몇 마디 글이 그 날처럼 큰 울림과 무게로 다가온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글을 올리신 분의 동의를 받아 그대로 옮깁니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엄마입니다.안녕하세요. 저는 고 박수현 엄마 이영옥입니다.아이가 떠난 후 아이 이름으로 되어 있는 통장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남편과 의논해서 기부하기로 결정했어요.

금액은 작지만 진실된 언론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합니다.

처음엔 접해 보지 못한 인터넷 뉴스라 팽목항에서 취재하시던 기자님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이해해주신 기자분들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언제까지나 초심을 잃지 마시고 이 땅에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정의를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부자는 수현이 아빠 박종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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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 4월 29일 자 뉴스타파를 제작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박수현 군이 남긴 세월호에서의 마지막 기록, 15분간의 휴대폰 영상과 40여 장의 사진을 보며 뉴스타파 제작진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무기력함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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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현 군의 아버지가 뉴스타파 제작진과 한 인터뷰가 아직 귓가에 맴돕니다.

제 아들하고 연꽃 찍으러 가기도 하고 많이 나갔었습니다. 갈대습지도 같이 나가고. 그 때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 것이 있었어요.“아빠,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야?”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글쎄, 아빠도 아마추어니까 모르겠다. 그런데 아빠가 생각할 때 두 가지 요건만 갖추면 된다. 하나는 누가 보더라도 멋있고 눈에 확 들어오면 좋은 사진이다. 일단은. 또 하나는 작가의 의도가. 이 사람이 뭘 담으려 노력했느냐, 그걸 볼 수 있어야 좋은 사진이다”

수현 군이 마지막 기록에 담아내려 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뉴스타파는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며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올 때까지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0일이 다 돼 갑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월드컵, 인사파동, 선거 등의 새로운 이슈에 점점 파묻혀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끝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꼭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 있는 법이지요. 게시판의 그 글은 이 땅의 언론을 향한 매서운 죽비 소리였습니다.

수현 군이 남긴 기록, 그리고 ‘52만9220원’

그 의미를 찾고, 고귀한 뜻을 살리기 위한 뉴스타파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99% 시민’ 여러분들의 고견도 기다리겠습니다. 그 무게를 저희 뉴스타파만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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