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대박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점

언듯 이해되지 않는다. 현 정부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현 대통령이 위원장까지 맡았다. 불과 집권 1년차만 해도 대북 제재 수위를 끝까지 끌어올려 개성공단 문까지 닫게 만들었던 그 정부가 말이다. 비밀리에 남북 교감이 있었나 싶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여전히 대화는 닫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진보의 키워드인 통일을 보수의 지지로 당선된 국가 수장이 꺼내들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통일을 외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 모두 그 자체는 열렬히 환호함이 옳다. 그러나 헷갈린다. 엇갈린 대북 정책, 남북 대화의 단절 그리고 통일준비위원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반대의 기조를 운영하는 것일까. 북한에 한치의 가까움도 허락치 않는 제왕적 대통령과 통일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이상주의자 대통령, 우리에게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헷갈림은 갇힌 생각에서 온 것이다. 우리는 통일이라고 하면 김대중, 노무현의 통일을 생각하고 있다. 평화적, 균등적 통일이다. 두 체제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경계선을 허무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북한과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하고, 그 전에 지원이 있어야 하고, 그 전에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난 민주화 정부 10년이 국민에게 심은 통일에 대한 로드맵이다.

그러나 현정부가 이야기 하는 통일은 그것과 다르다. 통일의 정의를 남북으로 나누어진 두 개 체제가 하나가 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 이외에는 전부 다르다. 균등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심지어 평화적인 통일도 염두에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내비춰진 통일의 방식은 흡수다. 북한 체제가 붕괴한다는 시나리오 하에 우리가 그들을 집어 삼키는 것을 통일이라 부르는 것 같다. 그런 통일을 대박이라는 한마디로 framing한 것이다.

핵심은, 통일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할 것인가다. 북한은 붕괴할 것이고, 오갈 곳 없는 그들을 점령하듯 편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한, 그들과 교류할 것도 대화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고립을 강화할 수록 그들이 생각하는 통일의 그날은 더 앞당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통일은 최소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대박일 수 없다. 통일은 고통이며, 인내이고, 치유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적 파산으로 붕괴되었고 우리에게 흡수되었다고 가정하자. 단순하게만 계산해도 국민소득은 반토막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수 극부유층과 다수 빈부층이 사회 문제인데 빈부층의 급팽창을 막을 수 없다. 지금도 해결 못하는 청년실업, 북한 주민 대부분이 실업자가 되어 몰려 내려온다. 그들은 교육도 훈련도 되어있지 못하며 자본도 없거니와 자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치안은 불안해지고 남북동족간 갈등이 폭증한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북한 주민간의 한정된 일자리에 대한 쟁투가 연일 펼쳐질 것이다. 유럽 최고 경제국이었던 서독과 공산권 최고 부유국이었던 동독의 통일과 전혀 다른 영상이 펼쳐진다.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정복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만약 정복이라면, 그것도 완전히 망해버린 나라를 흡수하는 정복을 기대하고 있다면 단호히 거부한다. 통일은 대박일 수 없다.

만약 대박의 의미가, 본래 그랬듯이, 경제적 거대 수익을 의미한다면, 극소수의 거대 자본가들에게는 대박일 수 있다. 개발의 대상인 불모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니까. 세계 더구나 최대 무역 대상인 중국의 육로가 열리는 것이니까.

그러나 절대 다수 국민에게 이런 식의 통일은 대박일 수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어쩌면 한국전쟁 전후 세대가 겪었던 비참한 30년을 감당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전 국민적 통일관부터 하나로 모으자. 통일은 당연히,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한민족에 미래가 있다. 그것은 일종의 정언 명령이다.

단, 통일을 기회로 보지말고 리스크로 보자. 최대한 보수적이고 치밀하게 관리해야할 리스크로 보고 장기적 시각으로 진행해야 충격을 감당할 후 있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삶은 통일이 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통일 이후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우리 자녀들도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과정일 뿐이다. 천박한 욕망을 상징하는 대박이라는 관점을 버리고 한반도 역사를 만든다는 초시대적 관점에서 진중하고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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