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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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JTBC 뉴스룸 2부 앵커 브리핑, 그 중 최고의 브리핑은 2015년 1월 26일 ’부끄러움’편이라 생각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일어나는 사회 이슈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들어내는 것에 당당하다. 상식적이지 않은 변명을 그토록 당당하게 표출하는 현상의 원인을 부끄러움의 상실에 두었다. 부끄러움이 상실된 원인은 국가 지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 전반의 현상이다.

그리고 그 현상의 한복판에 세월호가 있다. 이 비극적인 참사에 대해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은 마땅히 부끄러움이었다. 부끄러움을 통렬하게 느껴야 충분한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를 분열과 대립의 기제로 소모해버렸다. 그 결과 모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죄의식의 불감증에 걸려버린 것이다. 세월호가 마땅히 치러야할 죄의식, 부끄러움의 절차를 회피하는 한 우리 사회의 몰염치의 팽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시간
얼마 전 MB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 800페이지가 넘는다고 알려진 분량에는 자신의 치적을 낯뜨겁게 자랑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한다. 더구나 4대강, 자원외교에 대해서는 아무 잘못 없다는 식이 변명으로 무장되었다고 하니 그는 애당초 부끄러움이란 감각기관이 퇴화된 인물인 것만 같다.

2007년 MB의 등장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이 역사 발전의 자만심을 낳았고, 그것이 증명된 사기꾼인 MB를 선택함에 있어 국민적 안이한 상태에 빠뜨렸다고 한다. 동의한다. 우리의 늦춰진 경계심, 노골화된 금전적 욕망, 국가 시스템에 대한 자만이 만든 괴물, 그가 MB다.

MB의 시대는 파렴치의 시대였다. 국가 지도층이 너나 할것 없이 돈을 쫓았다. 강바닥에, 해외 텅빈 광산에, 국가 안보를 희생삼아 국민 세금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그렇게 많은 의혹과 국민 저항에도 제대로된 반성, 책임이 없었다. 그리고 MB의 후임자가 정권을 이어가면서 그는 완벽한 사면의 스토리를 그려나가고 있다. 곧 출범할 자원외교 국정조사도 MB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다. 자신과 가장 우호적인, 어쩌면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정권이 살아있는 지금, 자원외교에 대한 의혹을 털고 가는 기회일 수 있다. 잡아 때면 좋지만 그것이 안 되면 싸게라도 막는 것이다.

MB 시대를 지나온 우리는 무엇이 되어있나. 사회 지도층의 파렴치함을 생활로 겪은 우리의 도덕적 결벽 수준은 현저히 붕괴되었다. 이것이 MB가 현 정권에게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이다. 아이들이 바다에 생매장 당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대통령 측근이 국정에 마음대로 유린하고 이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다.

몰라서도 아니고 용인해서도 아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감정의 정치
바닥에서 솟구치는 혁명의 기운, 그것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서 원동력을 얻는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한다. 마의 구간인 20%대에 이르면 인화물질 가득한 밀폐공간과 같은 상태가 된다. 국민 감정이 폭발할 어떤 사태만 주어지면, 그 이후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연일 하락하는 지지율을 보고 현 대통령은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고 답답해 할 수 있다. 기자회견도 했고, 인사 개편도 했고, 장관이 나서 즉각 진화도 했다. 무엇을 더하란 말인가.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저 부끄러움을 느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면, 내면의 명령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 따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기 이전, 수 많은 선거 유세장에서 보여준 어머니의 모습을 되찾아 달라는 것이다. 자식이 죽었는데, 고통에 빠져있는데 모른체 하고 덮어 놓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어머니는 없다. 안타까워하고 부끄러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퇴임 2년만에 MB는 자서전을 냈다. 자신의 경험이 역사적 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대통령의 자서전일텐데, 자기 변호를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 것은 어인 일인가. 국가를 도둑질 하고, 멋지게 탈출하고, 사후 대책까지 확실히 챙기는, 범죄 스릴러의 마스터플랜을 보는 것 같다.

MB에게 부끄러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는 염치라는 감각이 결여된 인물이니까. 그러나 현 대통령은 다르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가 거의 3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대변되는 것이리라.

염치는 도덕의 출발이다. 도덕은 제도와 문화의 시작이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 세대, 더 늦기 전에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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