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대에게

2년 전, 출퇴근길 마주치는 TV화면을 애써 외면하고 버스에 울리는 뉴스를 이어폰으로 틀어 막으며 현실로부터 도피를 위해 걸신 들린듯 고전을 파고들었다. 패배감, 아니 열패감, 아니 비참함을 치유할 방법은 어두운 동굴 속으로 숨어든 것 뿐이었다. 상처받은 이들이 흔히 그렇듯 희망을 품었던 긍게 원망하는 마음은 원망이 되었다. 패배자는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조용히 사그라지는 것이 유일한 역할이기에 그도, 그를 지지했던 나도 오직 어둠과 침묵의 시간만이 찾을 곳이었다.

그 후 2년, 역사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오늘에 이르렀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논란으로 정권의 황금기인 집권 1년차를 허비했다. 인사 참사는 밑도 끝도 없이 계속이다. 세월호라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 있었고, 비선 개입으로 청와대가 저질 치정극 무대가 되었다. 그 동안 우리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희생시켰다. 안철수는 제1 야당 대표까지 수직 상승했으나 정가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제 2의 여성 대통령감으로 주목받던 박영선은 리더쉽을 한계를 드러내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원순은 인권 이슈에 관한 모호한 일처리로 상승 가도가 꺾였다. 지난 2년간 대선 패배의 속죄양으로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2년이 지난 오늘, 엉망이 되어버린 제1야당 대표로 돌아온 그를 본다. 문재인. 그로 인해 희망을 품었고, 그를 통해 깊은 절망을 느꼈다. 돌아온 그에게 마음을 다시 주어야 할까. 이 머뭇거림은 그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다.

지난 2년간 노출된 유력 정치인들이 제거되어가는 과정에도, 최우선 순위인 그가 살아남아 더 높은 위치에 오른 일에 감사한다. 앞으로 일정은 결코 순탄하지도 여유롭지도 않다.

4월 보궐선거, 연내 복지/증세 이슈, 내년 총선, 그 다음 해 대선. 과정 과정마다 pass or fail 결정되는 death match다.

그에게 다시, 희망을 품어야 할까. 마음 둘 곳 없는 정치적 현실에서 또다시 그를 믿고 따라가야 할까.

2012년 겨울 문재인의 이미지에는 항상 음악 ’그대에게’가 배경으로 깔린다. 고 신해철을 한번도 자신의 음악을 선거용으로 허락한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에게는 직접 편곡까지 해서 전달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자신의 음악을 손수 전달했던 신해철은 자본주의에 유린된 이 나라 의료산업의 희생양이 되어 주검이 되었다. 지금의 문재인 모습에 그대에게 음악이 오버랩 되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다.

다시는 세월호도, 부정선거도, 의료사고도, 인사 참극도, 부정의와 불통도 없는 세상, 그것에 대한 희망을 그대에게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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