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정권 말기인가

참으로 이상하다. 정윤회 비밀 문건 파문에 대해 “어떻게 저런 일이” 라는 생각보다는, “집권 2년차에 이렇게 언론의 타깃이 되더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정권, 정말 2년차밖에 되지 않은 것이 맞는가.

대통령제 국가는 절대 권력자 측근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개인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고, 국정이란 한 개인이 감당할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당연히 누군가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하고, 그 누군가는 대통령과 잘 맞는, 소위 측근이기 마련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정치적 대표자를 선출할 때 당사자만 보지 말고 그 주변 인물을 보는 혜안을 가지면 좋으련만. 인류의 민주주의는 아직 그정도 성숙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니 사후적인 감시와 척결에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전 군사정권은 말할 나위 없고, 민주정권 10년에도 측근의 정사 개입이 끊이지 않았다. 낙하산이든 코드인사든 비선개입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하나다.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이 위임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여된다는 것이다.

정윤회 파문은 명백한 잘못이다. 과거에도 유사 사건들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자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우리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민주주의를 해야 하니 이런 문제를 적극 파헤치고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유지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놀라는 지점은, 이런 측근 개입 문제가 집권 2년차에 붉어진다는, 타이밍 이슈다. 언론이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일한 정권인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렇지는 않았다. 더구나 지지도 관리를 최우선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무엇이 언론들로 하여금 청와대를 행해 겁도 없이 짖도록 만드는 것인가.

확실히 청와대의 언론 통제력은 현저히 약해졌다. 처음부터 인사 실패 문제가 발생하면서 언론은 정권에 대한 경외감을 상실했다. 문제아 수준의
후보들이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집권 초기 몸 사일만도 한 언론들이 물 때 만난 고기들처럼 달려들었고 이전 정권에 비해 권위의 수위는 현저히 낮게 세팅되었다.

그리고 세월호. 7시간만에 나타난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과 연이은 뒷수습 실책들이 언론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청와대에 돌팔매질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물론 일방적으로 정권 때리기는 아니다. 때로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주기도 하며 수위 조절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집권 초기부터 말기까지 5년의 궤적을 따라가며 친정권에서 반정권으로 수위 조절이 일반적인데, 이번 정권은 유난히 빠른 반정권화가 두드러진다.

추가 문서가 연이어 터지거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번 정윤회 사건은 조만간 일단락 될 것이다. 언론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청와대 메뉴로 지면 장사에 수지를 올렸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청와대와 소위 deal이 가능할 여러 장의 카드를 확보하고 “문건 내용은 허위, 문서 유출은 처벌”의 시나이로를 밟아 나갈 것이다. 청와대는 망신살이 뻗쳤지만 연초 세월호부터 연말 정윤회까지 “마가 낀 한해”로 마무리 짓고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려봤자 어쩌겠는가, 앞으로 3년이나 남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남겨진 국민은 어쩌나. 페티쉬 중독자처럼 언론의 틈바구니 사이로 비추어지는 청와대 문고리 너머를 탐닉했다. 그리고 다시 일상이다. 검찰의 결론을 믿을 이는 없다. 석연치 않은 상태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욕하고 비웃어도 그 청와대가, 그 대통령이 나의 오늘을 지배하고, 나와 가족들이 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 그것이 비극적 아이러니다.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무엇인가 추진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했던가. 지금 정권은 2년만에 말기적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막장 드라마로 낭비되는 것은 주파수만으로도 아깝다. 정신이 혼미한 오늘의 비극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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