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은 ‘중산층만 좋아진 제도’?

쪽방

기초연금이냐 기초생활급여냐, 그것이 문제로다…‘노인복지의 그늘’

기초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제도 잘 운영되고 있나 봤더니…

 

영등포역 6번 출구로 나가서 왼편으로 한 블록 걸은 후 왼쪽을 보면 ‘요셉의원’이 보인다. 그 바로 맞은편에 ‘광야홈리스복지센터’라는 간판을 단 무료급식 식당이 있다. 그 곳을 시작으로, 영등포 쪽방촌 550여 세대가 펼쳐진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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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순 할아버지 통장 내역 일부 ⓒ오수영

정만순(85) 할아버지는 기초연금 대상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 겸 장애수당 대상자다. 42년여 전 경기 포천에 살 때 최전방 공사 현장에서 근무 중 복숭아뼈를 크게 다쳐 지체장애 6급이 됐다. 건설 자재를 옮기다 추락한 탓이었다. 당시 병원에서는 다리를 잘라내야 한다고 했지만 극구 거절했다. 15년 전 목에 검지만 한 인공뼈 2개를 심은 후 장애인증이 ‘지체장애 4급’으로 바뀌었다. 정 할아버지는 매달 20일(또는 19일)에 ‘공금장애수당’ 3만원을 받는다. 이번 달부터는 4만원으로 올랐다.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는 488,060원을 받는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 대상자일 경우,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이 돼버린다. 정 할아버지는 매달 25일에 ‘공공기초연금’ 20만원과 ‘공금영등포구 복지국’ 5만원을 받는다. 이 둘이 오롯이 ‘소득인정액’이 되어 정 할아버지의 기초생활급여에서 공제된다. ‘488,060-250,000=238,060(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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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할아버지는 ‘기초연금이 공제된 기초생활급여’조차 매달 49,310원씩 덜 받고 있었다. ⓒ오수영

그런데 통장내역을 보면 정 할아버지의 기초생활급여는 ‘147,160+41,590=188,750(원)’이다. 기초생활급여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의 합이기 때문이다. 정 할아버지는 원칙대로라면 238,060원을 받아야 하는데 매달 49,310원을 덜 받아 온 것이다. 이번 달부터는 생계급여가 155,920원, 주거급여가 44,050원으로 올라 기초생활급여가 총 199,970원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238,060원에서는 38,090원 모자란다.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액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다. 젊은 날 가정을 이뤄 경기 포천에 함께 살았지만, 아내가 죽은 후 자녀 둘을 노모에게 맡기고 홀로 서울로 왔다. 그 후 고아가 된 자녀를 수소문 해 광주로 시집 간 딸을 찾긴 했지만 연락이 자주 닿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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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순 할아버지 호국영웅기장증과 훈장 ⓒ오수영

육군 하사로 6․25에 참전했던 정 할아버지는 ‘지로국가보훈처’라는 이름으로 매달 17만원을 받는다. 이번 달부턴 만원 올라 18만원이다. ‘호국영웅기장증’과 훈장도 쪽방 안에 걸려 있다. 하지만 그 17만원이 정 할아버지의 기초생활급여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포함된다면 할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액이 68,063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 사회복지과 생활보장팀 박지희 주무관은 정 할아버지가 자신의 소득인정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동 주민센터나 구청을 방문하여 통합조사표를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때에도 지인에게 부탁하는 정 할아버지의 경우 관공서에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 통합소득조사표 상세내역을 받아본 후 잘못된 내용을 확인하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소득인정액이 25만원으로 추정되고 부양의무자가 없는 정 할아버지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두 달에 한 번 씩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제도의 대상자이기도 하다. 쌀값은 생계급여에서 공제돼 입금된다. 하지만 정 할아버지의 통장내역엔 두 달에 한 번 씩 일정액이 차감된 흔적이 없다.

정 할아버지는 다음 달 6일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 전립선약, 뇌경색 약을 매일 먹고 있다. 뇌경색으로 오른쪽 상반신을 못 쓴다. 예전에는 노인복지관도 꽤 오래 다녔지만, 몸 이곳저곳이 아프게 된 후로는 아예 못 갔다. 쪽방촌에 친구가 딱 한 명 있는데 형제처럼 지낸다. 술을 끊어야 해서 2년 전부터는 그 단짝친구와 술동무 해주지도 못 하고 있다.

 

#2

윤순택(67) 할아버지가 사는 쪽방으로 올라가려면 경사각이 60도쯤 돼 보이는 계단을 앞으로 어깨를 숙인 채 올라야 한다. 윤 할아버지는 기초연금 제도를 ‘중산층만 좋아진 제도’라고 했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뀐 후에도 윤 할아버지가 나라에서 받는 돈은 48만원 그대로였다. 이번 달에 만 몇백 원이 올라서 이젠 49만원 정도 받는다.

윤 할아버지의 여동생 윤혜숙(55) 씨는 화곡동에 남편, 아들과 산다. 아주 조그마한 교회를 운영한다. 월세와 생활비가 매달 210만원 든다. 교회에 사람이 너무 없어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십일조만 내도 교회 덕을 볼 수 있는 큰 교회를 선호한다. 여동생 네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윤 할아버지는 자신의 수급비 48만원 중 20만원을 매달 여동생 네에 준다. 윤 할아버지는 월세 15만원까지 내고 나면 수중에 딱 13만원이 남는다. 그 돈으로 한 달 간 생활해야 한다. 그저께는 여동생 집에 쌀도 한 가마니 날라다 주고 왔다.

윤 씨의 아들, 즉 윤 할아버지의 조카는 연세대 2학년을 마쳤다. 등록금은 1년에 800만원 남짓이다. 장학재단 도움을 빌려 학교에 다니고 있고, 매일 고구마를 싸서 학교에 다닌다.

“연세대학교는 사립이라 그런지 부자들이 아주 많아. 다른 애들은 막 비싼 것도 잘 사먹고 밴 타고 다니고 그런대. 학교에 고구마 싸서 다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다는 거여, 내 조카밖에.”

사실 윤 씨는 아들이 둘이다. 큰 아들은 전투경찰 제대 후 부산에 내려가 공부를 해서 강의하는 강사가 될 건데, 그때까지 최소 1년은 연락이 안 될 거라 한 후 소식이 끊겼다. 큰 아들은 “군도 제대했고, 장성한 사회인이라 비정규직이라도 되면 월 150은 벌”테니 나라가 보기엔 ‘부양의무자’인 셈이다. 얼마 전 윤 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주민센터에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전혀 10원 짜리 하나도 혜택이 없었”다.

작년 12월 초에 ‘송파 세 모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All or Nothing’식 복지제도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법안은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시켰지만, 가족과 연락이 끊긴 장남은 여전히 ‘부양의무자’다.

 

#3

차태영(67) 할아버지는 기초연금 대상자인데도 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기초연금 받으면 수급비에서 다 까버리는데 뭘. 줬다 뺏는다고들 그러잖아. 그래서 난 아예 신청조차 안 했어. 박근혜가 거짓말 한 거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준다고 해놓고, 수급자들 40만 명은 뺏어.”

영등포 쪽방촌 입구의 ‘광야홈리스복지센터’는 광야교회 산하에 있다. 복지센터 2층에 쪽방상담소가 세들어 있다. 쪽방상담소에 어르신들이 기초연금 신청 관련 문의를 해 오면, 사회복지사들은 “어차피 (돈) 깎이니까 그냥 신청하지 마시라”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액은 매달 20일, 기초연금은 매달 25일, 이렇게 돈 들어오는 날짜가 다르다. 기초연금을 신청 하나 마나 어르신 한 분께 들어가는 액수는 같은데, 괜히 입금일이 다르면 혼란만 주기 때문이다.

차 할아버지는 병원 정신과에 다닌다. “1년 열두 달 약을 먹”는다. 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제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오지만 의료급여를 받기 때문에 병원비는 내지 않는다. 의료급여에는 1종과 2종이 있는데, 일반적인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1종이다. 차 할아버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쪽방촌 노인들은 의료급여 1종 수급자다. 2종 수급자는 많지 않다. ① 일정한 거소가 없고 ② 행정관서(경찰서, 소방서 등)에 의하여 병원에 이송됐으며 ③ 응급의료(응급처치 및 응급진료)를 받은 응급환자라는 사실이 의사진단서상으로 확인됐고 ④ 신분증 또는 신원조회를 통해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된 사람. 이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2종 의료급여를 받는다.

문래동에 있는 영등포구 노인종합복지관은 차 할아버지에겐 너무 멀다. 차 할아버지의 소일거리는 TV를 보거나 집에 있는 스마트TV로 컴퓨터를 하거나 잠깐 밖에 나와 동네 아는 사람과 얘기 나누는 게 전부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몇 있긴 하지만 밥을 같이 먹는 경우는 없다. “돈들 다들 없는데 누가 밥을 사줄 거여” 다들, 밥은 집에서 혼자 해 먹는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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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개 두 마리 ⓒ오수영

사진 속 누런 개는 검정 강아지의 어미다. 장성한 자식은 연로한 어미보다 몸집이 훨씬 크다. 둘은 ‘24시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영등포 쪽방촌의 마스코트 쯤 된다. 오른편 저 멀리 보이는 고층 건물 너머에는 ‘문래 자이’ 아파트 대단지 1,302개 세대가 들어 서 있다.

 

 

 

 

글․사진 뉴스타파 연수생 오수영

osueyo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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