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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빈집 프로젝트' 설명회 후기

강수영 프로필 사진 강수영 2015년 02월 17일

저는 갓 상경한 예비 학생입니다. 집과 학교가 멀어 아무래도 주택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최근에 JTBC 뉴스룸에서 서울시의 <빈집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 관련 링크: [JTBC] 2015.02.04. "서울에도 빈집 1만5000호... 도심의 '흉물' 탈바꿈시킬까" 링크

서울시가 빈집의 리모델링을 지원해 향후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겁니다. 빈집도 활용하고, 임대주택도 늘리고. 취지가 좋은 사업으로 보여 인터넷으로 더 검색해봤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페이지에서 사업설명회 관련 공문을 찾았죠.

- 관련 링크: http://opengov.seoul.go.kr/sanction/3951749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 궁금하고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설명회는 어떻게 운영될까도 궁금해 시간을 내서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잿밥도 있었는데 가는 김에 남대문에서 드립커피 입문을 위한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었죠.. 더이상 커피값 감당이 되지 않던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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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습니까 후후


 

각설하고 빈집 프로젝트, 정확히는 <빈집 리모델링 주택 공급사업> 설명회는 담당자 인사 - 사업설명 - 금융상품설명 -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문 수신자를 보나 당일 참여자들을 보나 주로 시행기관(집주인, 사회적기업 등)을 위한 설명회였습니다.

설명회를 들으며 제가 이해한 이 사업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누가: 서울시, 자치구, 시행기관 (집주인, 사회적기업 등)

  • 언제: 올해 5월 시범사업동 입주 목표

  • 어디서: 주로 정비사업해제구역

  • 무엇을: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재임대

  • 어떻게: 1 시행기관이 빈집을 찾아 신청하면 2 서울시가 적합한 주택에 대해 리모델링비를 지원하고 (공사비의 50%, 최대 2,000만원) 공사 진행 3 소재지 관할 구청장이 입주자를 선정해 입주

  • 왜: 유휴공간 활용,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충


금융상품설명까지 끝나고 예비 시행기관 관계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수요자 입장에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은 뒤 설명회는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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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 사업설명회 @ 신청사 3층 대강당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데, 하면 할수록 이 사업에 대한 걱정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이 취지는 좋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사업이 될까봐 우려가 됩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정리하자면,

  • 행정기관(특히 서울시)의 역할과 책임이 적어보인다는 점

  • 수요자 의견수렴과정이 사업절차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 사업목적의 달성을 위한 의지나 사전조사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


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아래에 더 자세한 생각을 적습니다.

 

#1 행정지원 부족의 문제

"최종 책임주체가 어디냐"라는 제 질문에 담당자는 "서울시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사업 과정을 볼 때, 서울시는 자금지원만 하고 정작 중요한 사업 시행은 대부분 사회적기업과 자치구가 담당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사업역할분담에 있어 최종 책임주체이자 조정자를 자임한 서울시의 역할이 너무 적다는게 제 생각입니다.예를 들어, 빈집은 집주인이 직접 신청하거나 사회적기업 등에서 물색해 신청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시행기관에서 "활용 가능한 빈집 DB가 없냐"며 큰 도시에서 아무 자료 없이 빈집 매물을 찾는 것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담당자는 "현재는 없고 중개업소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노력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빈집뱅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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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자료는 무엇을 바탕으로 한걸까요?


 

저는 이것이 당장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답변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담당자가 대상주택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대상지 한 곳을 찾아 지원하면 되지만, 만약 대상지가) 여러 곳이 있다면 한번 찾아와보라"며 적절한 대상지를 찾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업체 선정이 완료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소규모 사업체에게 서울시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떠안기는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물론 사업자와 집주인을 매칭해줄 예정이다라는 답변도 했습니다만 사업자 입장에서 선택의 범위는 줄어들고 유동성은 너무 커진다고 봅니다)

또 참여자 중 사업시행자의 비율이 높다보니 실무적인 질문들이 많았는데요, 이에 대한 답변들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계산해보니 수익성이 없을 것 같다"라는 의견에, 담당자는 "주택의 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지는 않을거라고 본다"면서 "언론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수익성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집주인과 사업자의 수익분배 또한 협의대상이라고만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서울시가 수익구조나 관리형태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최초로 시행하는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회에서 시행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싶었다면, 실무적인 차원에서 더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주택의 상태가 천차만별이라 하더라도, 통계자료를 활용해 평균 면적에서의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에서 특정 기간동안 얼마나 수익을 취할 수 있는지, 6년이라는 거주기간(일반전월세와 달리 6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동안 문제 발생 시에 누가 책임을 지고 조정하는지 등의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그림을 대략적으로라도 그려줬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쯤되면 리모델링 비용이 왜 4,000만원 기준인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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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파트너십'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이 사업에서 관의 역할은 자금지원보다는 행정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파트너십이 성공적이려면 민과 관이 각자 더 유리하고 잘하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모으거나 관련단체들의 협조를 구하고 이해를 조정하는데 있어 민간사업자보다 행정기관이 유리함은 당연합니다. 관이 민간의 분쟁 소지를 줄이고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건데, 다 열어두고 '알아서 하라'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문제들을 방관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업체가 이런 골치아픈 일들을 감안하면서까지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할지가 의문입니다. 이 산을 넘는다고 해도 총괄기관의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황에서 시행기관에 따라 소위 '케바케' 임대주택이 양산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2 수요자 의견수렴절차의 부재

또한, 이 사업에 수요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였습니다. 기획자가 수요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은 사업 홍보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서울시 부동산 페이지의 공문을 보고 설명회 개최를 알았습니다. 저야 학생이고 방학이니 일과시간에 열리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지만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설령 알더라도 참여하기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관련해 "사업홍보계획을 알려달라"는 제 질문에 담당자는 버스나 지하철 등에 붙이는 포스터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아니 이게 불법이라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출처: 시사IN


 

물론 저도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서울시의 많은 홍보물을 접합니다. 제가 최근까지 살았던 대전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정책홍보가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시민들 각자의 행동반경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으며,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알아낼 적극적인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 사업의 수요자인 주거취약계층은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도 취약계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작 정보를 얻어야 할 사람들이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수요자들에 대한 더욱 직접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요자 집단에 연락을 돌린다든지, 하다못해 사업 참여 신청 페이지라도 자치구 대신 시에서 일괄적으로 개설한다든지 말입니다. 이는 예산의 문제라기보다는 인력과 의지(우선순위)의 문제로 보입니다.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담당자는 "시민을 배제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했지만, 사업과정 상에 공식적인 관련 절차가 없으므로 사실상 배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시는 평균 5명이 거주하는 '쉐어하우스' 형태를 구상하며 사업자 선정에 있어 '커뮤니티 기획'에 가중치를 두겠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기획일수록 수요자의 특성이나 의견이 더욱 중요해지는 사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을 한칸씩 만들고 월 15만원(시 추산)에 공급한다면야 수요가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공유공간이 넓을 경우 수요자를 팀으로 모집한다든가 사업지역 특성별로 컨셉을 잡아서 시작한다든가 하는 디테일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으면 수요자 모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3 목적달성의지와 사전조사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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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부족시, 소득제한 없앨 예정


 

제가 사업설명을 들으며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입주자 신청이 부족하면 소득제한을 없애겠다니? 이 사업은 거칠게 말하면 집주인에게 세금으로 약 2,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심지어 전액 지원도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가 부족할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시행기관에서 떠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돈을 빌리는 주체는 공사를 주관하는 업체이므로 집주인은 관계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어 소득제한을 풀어버리면 초기 목적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사업이 됩니다. 이 사업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입니까, 정비사업해제구역의 환경미화사업입니까? 둘다 만족시키는 사업이라면 좋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봅니다.

 

캡처

빈집 정비가 우선 목표였군요... 아하 이걸 몰랐네... 링크


 

참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수렴을 거치고나서 예산편성이나 기획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상주택의 조건 중 하나가 부근에 대중교통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조건의 땅과 약간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집이 대체 왜 오랫동안 비어있는지, 과연 리모델링 비용이 부족해서였는지에 대한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봅니다. 시범사업은 본래 사전조사와 같은 의미인걸까요?

 

쓰다보니 길어졌는데요,

전반적으로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을 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시범사업인만큼 일단 해보고 본사업에서 더 확실히 해나가면 된다는 입장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접근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시범사업도 분명히 시의 예산이 투입되고, 시행기관의 직접적인 수익이 달려있으며, 시민의 주거환경 실체가 좌우되는 (그것도 6년이나!)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또는 본래 관의 역할은 사업의 직접적인 집행이 아니라 감독.관리이다 라는 입장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특히 부족해 보인다고 하는 것은 집행이 아니라 계획입니다. 설명회의 내용은 건축에 비유하자면 설계 시공 감리의 순에서 설계의 컨셉 부분만을 다루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시, 자치구, 시행기관 각각의 역할은 설명이 되었지만 그것들이 언제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식입니다. 이것이 첫번째 설명회로, 이해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협의하는 자리였다면 충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사업을 공고하는 자리처럼 보였습니다. 앞으로 함께 도면을 그려갈 것이 아니라면 설계도를 어느정도 완성해서 공유했어야 한다고 보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담당자분들의 사정을 상세히 알지 못할뿐더러 고작 설명회 하나를 참석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감히 추측해보건대, 이러한 문제들이 보이는데에는 '민관 파트너십'의 관습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고, 사업수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도 있을 것이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저렴한' 사업에 대한 감시의 눈이 적은 문제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에 제가 담당자였으면 1 자치구에 공문뿌려서 빈집DB부터 수집하고 2 연구발주내서 DB주고 빈집 실태, 원인, 기존사업체 조사, 경제적 이익, 소비자 분석 등등 진행한 후에 3 적절한 샘플 선정해 집주인이랑 공사업체 매칭+사업비 지원하고 설계도 바탕으로 입주자 모집, 4 시범사업 참여자 커뮤니티 만들어서 의견 수렴하고 본사업 진행... 할 것 같은데 이건 그냥 말이 쉬운 거겠지요.

(그리고 35억 규모의 시범사업 정도는 SH 공사 등에서 단기 프로젝트로 돌리고 본사업을 민간에게 양도하는 것이 사업 진행 측면에서는 더 낫지 않은가 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이런 노파심에도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라면서.

- 사업설명회 자료 링크

 

아무튼 저는 아까 보여드린 그 잔으로 커피 한잔 했습니다. 아주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