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에 대한 응원이 필요한 까닭

어쨌거나 응원이 필요하다.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타박만 해서는 결국 빈손이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김빠진 맥주 꼴’인데, 맘 편히 손 놓으라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다그친 들 자력으론 역부족이다. 겨우 시늉이나 낼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야기다. 지금 상태로는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면서 임금 인상, 특히 최저임금 대폭(빠른)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그 최경환에 대한 응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문제가 느닷없이 주요 쟁점이 된 것은 지난 3월 4일 최경환 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최 부총리는 “임금을 올려야 내수가 살아난다”면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역시 ‘같은 생각’임을 강조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正말?]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린다?(2015.3.16)

그의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부동산 부총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동산 경기 부양에 올인했던 그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이를 환영했다. 노동계도 그 진정성을 미심쩍어하면서도 ‘방향은 옳다’고 반겼다.

최저임금 인상 ‘빠른 속도’는…

물론 그 속도에 대해서는 편차가 컸다. 최경환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이후의 ‘7%’ 인상 정도를 ‘빠른 속도’로 상정한 듯했다. 단순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10.64%), 김대중(9.02), 김영삼(8.1%) 정부 때에 비하면 결코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액 임금(단계적으로 평균임금)의 50%’를, 정의당은 ‘시중노임단가(8,019원)’를, 민주노총은 시급 1만 원(79.2% 인상)을 제시했다.

그가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가계소득을 직접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거론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를 본뜬 초이노믹스는 거꾸로 갔다. 가계 ‘소득’이 아니라, 가계 ‘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잡았다. 부동산 대출을 쉽게 해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쪽으로 갔다. 서민 가계의 ‘근로’ 소득이 아니라 대주주와 금융자산을 가진 상층 10%의 ‘배당’ 소득에 더 신경을 썼다. 안정적인 환율 관리를 강조했지만, 큰 맥락에서 보자면 수출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수기업과 하청기업에는 그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깜빡이는 켜지 않고, 계속 우회전하는 꼴이다. 그러니,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나름 절박성도 없지는 않다. 강도 높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도 부동산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월세 가격만 치솟았다. 증시도 움직일 줄 모른다. 세계경기 흐름도 좋지 않다. 잔뜩 늘어난 가계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 되고 있다. 잇단 실정으로 민심 이반도 가속화되고 있던 때, 최소한의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을 터.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고사 직전의 초이노믹스 출구이자 민심도 다독일 수 있는, 나름 다목적 카드로 볼 수 있다. 오바마와 아베를 벤치마킹한 것은 유럽부흥개발(EBRD) 선임연구원, 경제신문 부국장을 지낸 글로벌한 언론 감각의 소산일 수도 있겠다.

“최저임금 당신 멋대로 올려?”…최경환 뺨따귀 갈긴 재계

그러나 그는 곧 후퇴했다. 능력이 되는 기업은 임금이 올랐으면 하는 정부의 바람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노사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물러섰다. 최저임금도 ‘합리적인 논의’를 통한 ‘적정수준’이라는 원론으로 되돌아갔다. 재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것. 최 부총리가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한 다음 날 경총은 4천여 회원사에 올해 임금은 1.6% 안에서 올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렇잖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심한 데 무슨 임금인상이냐는 논리를 폈다. 되레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최 부총리의 뺨따귀를 야무지게 올려붙인 셈이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경제5단체장을 직접 만났다. 다시 한 번 적정한 임금 인상을 요청하면서 당장 임금 인상이 어려우면 협력업체에라도 ‘적정한 대가 지급’을 통해 과실을 나눠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것은 벽과의 대화였다. 대한상의 등의 이탈로 무산됐지만, 경총과 전경련은 되레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까지 내려 했다. 경총 부회장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처우개선,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하자”고 나섰다. 최 부총리가 임금인상은 ‘노사자율’, 최저임금은 ‘적정수준’으로 물러선 것은 재계의 반격에 사실상 무릎을 꿇은 것이나 마찬가지. 그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채 열흘을 버티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가 얼마나 굳센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생색내기 아니었느냐고 그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의 재계의 버티기만 용인해주는 결과가 될 터이다. 그런 점에선 모처럼 이 정부의 경제수장이 제기한 임금인상 논의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빈곤한 정치력이 참으로 아쉽다. 야권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나름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여야정 회동도 제안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안 된다는 재계 반격에 야당은…

하지만, 야권 스스로 이 쟁점을 키워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한계기업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금 지급과 세제 감면 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 중이라지만 너무 굼뜨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무엇보다도 재계가 막가파식 대응으로 최 부총리를 공격할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야권의 그 누가 이들의 막 돼 먹은 언행을 호되게 꾸짖기라도 했던가. 최저임금 문제 등에서 야권이 정면으로 겨냥해야 할 대상은 최경환 부총리가 아니라, 바로 재계다.

노동계 역시 정치력이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새 집행부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총파업 투쟁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국적인 서명운동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국민적 관심 환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이 땅의 수많은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도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다. 새 집행부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회의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포를 넘어설 ‘희망’과 ‘전망’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그의 후퇴를 비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믿고 맡긴 경제 수장이 재계에 터무니없이 얻어터지는 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총리,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이 정부의 비겁함이나 두서없는 행보를 비난해본 들 달라 질 것은 없다. 그런 정부의 경제 수장이 지핀 최저임금 인상 등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의 불씨를 살려내는 것은 어쨌거나 온전히 절박한 사람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핀 불씨가 중요한 것은 ‘임금인상’과 그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방적인 기업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이라는 ‘낡은 체제’를 해체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가 극단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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