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한국을 좋아해? – 캄보디아 유혈사태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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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의 여진이 남아있던 지난 6일,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대사관이 캄보디아 수경사령부를 방문했고, 그 결과 군이 우리 업체만 직접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은 유혈사태 배후에 우리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풀렸고 미국 인터넷 언론 ‘글로벌 포스트’가 기사를 쓰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습니다.

▲ 1월 6일에 올라온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 페이스북 게시글 '캄보디아 치안 안전정보'

▲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 페이스북 게시글 ‘캄보디아 치안 안전정보’

그러나 대사관이 우리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군을 방문한 것은 4일, 유혈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입니다. 대사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를 강조하며 자신들이 유혈진압의 배후가 될 수 없음을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봉제노동자들의 파업 초기인 12월 말, 대사관은 이미 캄보디아 당국에 파업 사태를 해결할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캄보디아 법무부에 공식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이 ‘캄보디아 정부 당국이 금번 상황을 심각히 고려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했죠.

대사관이 말한 신속한 대처란 무엇일까요? 2일의 폭력진압과 3일의 유혈진압입니다. 유혈사태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밝히는 대사관의 태도가 놀랍습니다.

▲ 캄보디아 한국군인 투입 의혹 자료 화면

▲ 캄보디아 한국군인 투입 의혹 자료 화면

대사관 측은 강경진압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며 억울해 합니다. 대사관이 ‘직접적으로’ 유혈진압을 요구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한국 투자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정상화를 촉구할 때 그 요청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고려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캄보디아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봉제 산업에서 한국은 15% 정도를 차지하는 중요 투자국입니다. 우리 기업과 정부의 요청을 가볍게 받아들일 순 없지요. 더구나 상대는 독재와 무자비한 탄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는 훈센 정부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경제 자문을 자임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캄보디아 총선 부정선거 논란에도 빠르게 승리 축하 서한을 보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훈센 정부이기도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봉제노동자 가운데 우리 대사관의 요청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상황을 잘 아는 노동조합 관계자 정도였죠. 폭력진압에 나선 911 공수부대와 약진통상의 특수한 관계야 워낙 잘 알려져 있었지만,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같은 한국에서 시끄러웠던 문제들을 아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가장 큰 분노와 요구사항이 훈센 정부를 향해 있는 까닭에 부끄러운 한국의 맨얼굴은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다행이라기보다 씁쓸했습니다. 시위 진압 현장에 캄보디아 군인이 태극기를 부착한 군복을 입고 나타날 만큼 이런 호감은 보편적인 것이었죠.

▲ 캄보디아 현지 (2014년 1월 16일)

▲ 캄보디아 현지 (2014년 1월 16일)

▲ 캄보디아 현지 (2014년 1월 16일)

▲ 캄보디아 현지 (2014년 1월 16일)

논란이 커지자 대사관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다며 페이스 북의 글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15일 새로운 글을 썼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기업인들의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제3자의 시위’, ‘타겟을 찾아 헤매던 과격 시위대’.

H&M, 아디다스, 갭 등 해외 의류업체들은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캄보디아 주재 일본대사관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사관만이 역주행합니다.  대사관이 올린 글을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볼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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