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DMB와 3D TV

지금 한국은 아사리 판이다. 이 아사리 판에 옛날 미디어 이야기가 잘 들릴 리는 없겠다. 옛날 미디어 이야기?

2005년 11월, 이런 뉴스가 있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국내 위성 DMB 서비스를 맡고 있는 TU 미디어를 ‘멀티미디어의 미래를 제시한 세계 5개 업체’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 TU 미디어?

2009년 말, 이런 뉴스가 있었다. 내년에는 24시간 3D방송을 내보내는 전문 채널이 선보이는가 하면, 지상파 3D TV 실험방송을 위한 추진단이 출범하는 등 3D방송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것. 3D TV?

DMB와 3D TV가 시작될 그 무렵의 풍경은 이랬다. 사업자도 정부도 단말기/수상기 제조업자들 모두 새로운 미디어 성공의 기대에 부풀었다. 시간이 지나 2015년 오늘 미디어 분야에 약간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DMB가 어떤 지경에 놓여있는지, 또 3D방송이 어떤 지경에 놓여있는지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있었나?’할 정도로 기억에 가물가물한 이야기다.

잊힌 존재가 가장 불쌍하다는데, 오늘 이야기는 그렇게 돼버린 DMB와 3D TV의 처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DMB는 모바일 방송의—보통의 모바일 비디오와 달리—선구자라는 점에서, 또 3D TV는 텔레비전의 새로운 모습을 도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미래지향적 성격의 미디어이다. 그러나 이들은 실패했다. 관점에 따라—예를 들어 기술의 차원에서 본다면—달리 볼 수도 있겠으나 미디어로서는 명백하게 실패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도 있듯이 실패 그 자체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뿐인 길은 없다. 문제는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여기에서 배운다는 것은 실패를 실패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실패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야만 실패는 비로소 성공의 어머니로 자리매김 된다. 배움은 물론 실패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성공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한다. 경영학/행정학 등에서 흔히 말하는 ‘학습문화’ 또는 ‘학습조직’의 핵심요체는 이것이다. ‘학습하는 문화를 갖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것이 거의 유일한 성공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혁신의 토대가 바로 이것이다. 성공의 방정식은 없다. 실패에 대한, 성공에 대한, 진솔한 분석과 학습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언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실패는 실패했기 때문에 눈 밖에 나고, 성공은 ‘성공했는데 뭘’하기 때문에 비판적 분석과 엄밀한 학습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DMB에 대해서도, 3D TV에 대해서도 빈약한 배움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작할 무렵에는 온갖 종류의 전문가들에 의한, 온갖 내용을 담은 연구가 차고 넘치더니 정작 이들이 퇴장하자 관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런 정황에서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는 지난한 일이다.

DMB와 3DTV

여기서 DMB와 3D TV의 끝 장면을 되돌려 보자. 지난 2012년 7월 뉴스다. 한때 200만 명에 이르던 가입자가 지난 달 말 3만9천명으로 줄어들고, SK텔링크가—TU 미디어라는 회사는 이미 없어졌다–사업종료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위성 DMB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것.

2014년 9월 뉴스다. KT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시작했던 3D 방송을 중단하고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보다 앞선 2012년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3D 유료시청(PPV)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

세계 처음이니 하는 수식어로 장식되면서 화려하게 출발했던 시절은 꿈같이 흘러가버리고, 이들은 이렇게 초라하게 문을 닫았다. 이럴 즈음 충격적으로 화려하게 모바일 미디어의 생태계를 바꾸어 놓은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또 그 즈음 새롭게 성공한 TV 플랫폼은 IPTV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 무렵 지상파 DMB는 스마트 DMB라는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었고, 지상파 방송들은 3D TV 전국방송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희극이자 비극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과문한 탓이겠지만 미래부니 방송통신위원회니 등에서 DMB와 3D TV의 실패에 대해 엄밀한 평가연구를 했다는 것을 들어본 바 없다. 또 이들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들에서도 꼼꼼한 분석작업을 했다는 것 역시 들어본 바 없다. 기기 제조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 연구자들도—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하여—지금까지 이렇다 할 연구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실패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이들 매체실패의 원인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뿐, 본질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처방은 잘 알지 못한다.

학습문화와 리더쉽

DMB는 모바일 방송의 선구자라는 점에서, 또 3D TV는 새로운 텔레비전의 모습을 찾아본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성격의 것이고 장래 어느 시점에는 어떤 형태로든 또 다시 도입이 논의될 미디어이다. 지금 이들 매체의 실패에 대한 연구는 그 때를 대비하는 튼실한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빈곤하기 짝이 없는 학습상황으로 볼 때 그 시점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여전히 헤맬 것이다.

실패에 대해 학습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실패학습은 때로 징치의 결과로 이어지지만 근본적으로 형벌을 내리거나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성공뿐인 길은 없다. 문제는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배움의 핵심은 실패를 실패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실패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 그 때에만 실패는 비로소 성공의 어머니로 자리매김 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혁신의 토대는 바로 이것이다. 전혀 새로운 이전에 없던 혁신이란 사실상 없다. 혁신은 기존의 것을 비판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고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배움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진 개인/집단은 윗선에 있는 리더들이다. 실패를 용인하고 이해하며, 그 실패를 통해 스스로도 배우고 모두에게 배울 것을 강조하는 환경을 리더들이 조성하지 않는 한, 학습은 이루어지지 않고, 실패는 징계의 대상이 되며, 따라서 실패는 두려운 것, 감추어야 할 것으로 추락하고 만다. 리더쉽의 핵심은 이것이다. 그래야 개인도 조직도 살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그런 리더가 어디에 있나? 이곳에선 드라마 ‘미생’의 오 차장 같은 사람조차 찾기 어렵고,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려하지도, 배우려하지도 않는 청맹과니 리더들이 위/아래 할 것 없이 지천이다. 최근 어떤 자는 높은 자리 회고록으로 사람들의 입과 눈과 귀를 더럽히고 있다.

이 판국에 우리의 삶이 핍진하지 않다면 외려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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