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기능인이야, 생각하는 사람이야?

코딩 교육/과외 현상에 대한 걱정

“2백만원 코딩 유치원, 8백만원 코딩 캠프가 성행하는 이유”

“코딩이 뭐야? 컴퓨터학원 달려가는 아이들”

“모두에게 컴퓨터 과학을 Computer Science For All”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코딩 과목 수업에 부모님께 드리는 지침서 Coding at school: a parent’s guide to England’s new computing curriculum” (영국)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딩교육 = 컴퓨터 소프트웨어 교육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에서는 5살 때부터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시킬 계획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PC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던 90년대 컴퓨터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베이직으로 대표되는 프로그램 교육이 휩쓴 적이 있다. 그것이 새로운 버전으로 지금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AI 알파고의 위력이 대중들에게 흥미롭고 폭발적으로 인식되면서 그 기세가 커지고 있다.

왜 코딩교육을?

컴퓨터 코딩교육을 시행하는 이유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은 같다. 정보통신 관련 과학과 기술이 미래에 – 지금도 상당부분 그렇지만 – 더더욱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미래세대를 준비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즉 코딩교육은 장래의 인력수요에 대한 대비, 사회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 신장, 직업적 기회의 제공/확대 등등의 목적에 따라 진행되는 준비작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명분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기존의 초·중·고 나아가 대학의 교육과정에 그저 코딩과목 하나 더 얹는 식이라면 그건 의미 없는 짓거리에 불과하다. 왜?

많은 컴퓨터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코딩교육이 ‘코딩하는 법 배우기’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딩교육에 접근하는 기본방향은 ‘코딩하기 learn to code’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코딩 coding to learn’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맥락에서 말하면 코딩교육은 과학기술, 특히 인공지능 기계가 위력을 발휘하게 될 미래사회는 어떤 인재를 요구하는가, 그때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과 연계된 것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세상의 주역이 될 그때 절실하게 필요한 인력은 특정 분야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전뇌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관련기사). 코딩은 그러한 전뇌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코딩 기능인’ 정도에서 끝내지 않으려면 학원 과외 하듯 코딩요령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매우 다른 방식의 공부라는 자세로 코딩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코딩교육은 ‘코딩하는 기능인’을 넘어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걱정이다, 왜?

이런 코딩교육 이야기는 바로 걱정으로 이어진다. 이유는 제대로 된 코딩교육은 기존 교육방식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코딩방법, 또는 코딩요령 자체가 아니라 ‘코딩의 토대가 되는 컴퓨터적인 사고의 틀 computational thinking’, 즉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틀은 질문하거나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이미 주어져 있고 그 답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제도, 교육환경, 교육내용, 교육방식은 가히 엽기적이다. 또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도 교육의 틀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긴 역사 동안 우리가 익히 경험하여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딩교육 역시 이전과 다른 어떤 성과를 내거나 다른 것이 되리라고 기대하기 극히 어렵다.

다시 정재승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는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취약한 어른”을 길러내는 틀이다. 따라서 이것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코딩과외/코딩학원을 다녀봤자, 그저 코딩 기능보유자 정도 키워내는, 옛날 컴퓨터 교육의 틀과 가르치는 과목명칭만 다를 뿐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코딩교육의 방향을 우려하는 데에는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들이 품고 있는 기술, 나아가 과학에 대한 극히 왜곡된 생각 때문이다.

그 기술 돈 되니?

우리나라에 널리 유포되어 있는 기술/과학에 대한 사고방식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상업주의, 즉 기술/과학을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는 생산물/상품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주의, 즉 기술을 소비의 대상물, 또는 신분과 문화의 상징물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다. 셋째는 도구주의, 즉 기술을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 기기나 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기술과 과학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소비의 대상이고, 동시에 물리적 도구이다. 코딩과외, 코딩학원, 코딩교육의 저변에는 이처럼 기술/과학이 품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물질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 문제는 그런 수준에서 기술/과학을 바라볼 때 기술/과학은 꼭 그 수준에 머물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수준이 매우 빠르게 퇴보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중요한 기술영역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남들보다 뒤처져 있거나, 앞서는 듯하다가 금방 뒤처지는 이유의 근본에는 기술/과학에 대한 바로 그러한 인식이 놓여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늘 말로만 강조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초과학이 기술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물량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 빠르게 치환되지 않기 때문에 기초과학은 말로만 대접받는다. 외형적인 업적을 우선시하고, 시장과 산업의 성과를 위해 기술과 과학이 동원되는 방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술/과학이 사회적 지식기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시각은 배제되기 마련이다.

생각하는 교육

이는 기술/과학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드높고 실제 대졸자 비율로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일등이다. 기막힌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한국이 실질 문맹률로도 일등이라는 사실이다. 대학입시 준비가 공부의 전부인 사회는 사람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공부를 하지 않으며 그런 사회는 또 공부를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이런 곳에서 그런 식의 웃기고 슬픈 OECD 일등 지표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우리도, 학부모들도, 학교도, 정부도, 기업도, 학계도 나서서 이런 판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코딩교육 시켜봐야 개인도 사회도 백날 다람쥐 쳇바퀴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애꿎은 학부모들과 어린 학생들만 교육사기꾼, 학원사기꾼, 입시사기꾼에 당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는 것은 가르쳐야 할 것은 코딩방법/코딩요령이 아니라 코딩의 토대가 되는 ‘컴퓨터적인 사고의 틀 computational thinking’, 즉 생각하는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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