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미국 대선/총선의 의미? — 별 것 없다!

11월 8일 선거일까지 미국 대선/총선은 이제 두 달 조금 넘게 남았다. 이미 클린턴으로 판세가 결정 난 듯 보이면서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흥미가 없어진 듯하다. 외려 D. 트럼프라는 희대의 코미디언이 이번에는 어떤 웃음거리를 던져주나 하는 것이 그나마 선거의 관심을 이어가는 요인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상/하 의원 선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회 선거도 상원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질 것 없어 보인다. 우선 상원의 경우 지금은 54 대 44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영향으로 민주당이 5대5 정도로 약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하원의 경우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현재 247 대 186 다수당 지위가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유는 지난 2010년 인구 센서스 이후 각 주 지역별로 진행된 선거구 재조정 때문. 공화당은 그때 온갖 방법을 동원,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게리맨더링. 상원은 주 전체 투표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하원의 경우는 게리맨더링으로 공화당이 여전히 다수당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럼 공화당이 게리맨더링하는 사이 민주당은 뭘 했나? 답은 ‘아무것도 하지 못/안 했다’이다. 공화당의 전략을 꿰뚫어보지도, 그들의 선거구 조정 작업을 막아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소수당이었으므로 등등…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결국 공화당이 부패한 정당이라면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이었던 셈이다. 그 바람에 클린턴이 설령 대통령이 되어도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미국의 정치는 또다시 되는 것 없이 끝없는 정파적 대결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관련기사).

물론 여기에 약간의 변수는 있다. 즉 B. 샌터스 지지자들이 의회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비록 대선 경선에서는 졌지만, 그가 불을 피운 ‘정치혁명’을 의회선거에서 이어나가자는 전략전환에 뜻을 모았고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 미국의 대선/총선과 관련한 정치공학적 이야기는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2016년 미국 선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 현상이다. 1980년 이래 신자유주의 40여 년 체제가 낳은 최악의 정치경제적 산물인 트럼프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의미를 줄 수 있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의 재앙이며 동시에 세계의 재앙이다. 그가 당선이 된다면 그건 그야말로 ‘핵폭탄’급의 여파를 남길 충격이지만,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라는 인물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었다는 것이 이미 핵폭탄급 충격이다. 왜냐하면 그가 상징하는 것은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그만큼 타락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클린턴은? 그는 여러모로 트럼프보다는 나은 선택이지만 그것은 트럼프와 비교해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 클린턴이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주기 때문은 아니다.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공직경력을 가지고 있는 클린턴에 대한 평가는 의원으로서는 중도우파적 성향의 ‘그저 그렇다,’ ‘늘 해왔던 수준을 넘지 못한다’로 정리된다. 국무장관으로서는 강경한 매파, 심지어는 네오콘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간단히 말해 클린턴은 월 스트리트, 즉 미국 금융자본가들의 친구이다. 이건 그의 남편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고, 오바마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며, 그런 점에서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과 월 스트리트의 관계는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이 문제는 특히 샌더스와 벌였던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세하게 드러났듯이 클린턴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가늠자이다. 물론 클린턴의 상원의원 시절 법안 투표 경력을 볼 때 경제, 사회 문제 등에서는 비교적 진취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클린턴을 받치고 있는 핵심 토대 중 하나는 월 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자본가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가 새로운 종류의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관련기사).

또 네오콘 클린턴은 어떤가. 네오콘,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주도한 미국의 이익 수호를 위한 대외 강경론자들. 참 오랜만에 듣는 용어지만, 그들이 이번 대선에서 집단으로 모여 클린턴을 공개지지하면서 다시 화두가 되었다. 지난 6월 공화당의 원조 네오콘들이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지자들 중에는 부시 정권의 국방차관이었던 R. 아미티지 같은 사람도 섞여 있다. 그들은 심지어 클린턴 당선을 위해 ‘정치자금을 모집해주겠다’고도 나섰다. 트럼프라는 사람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이미 오래전부터 클린턴의 성향/정책노선/행태 등이 네오콘들과 죽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관련기사).

결국 2016년 미국 대선과 총선은 미국 내부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별 뜻이 없는, 지금과 같은 답답하고 불안한 국내외적 상황이 이전처럼 계속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대아시아 전략의 기본 틀을 세운 사람이 바로 1기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더더욱 위태로운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또 비극적인 중동의 정세 역시 좀처럼 나아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클린턴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서 제도로서의 정치, 나아가 정치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인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 역사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 온 물음이지만 여기에 불변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작금의 국내외 정세를 볼 때 지난 4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살아오면서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모색하는 틀과 경로로서의 정치는 사망 일보 직전인 듯하다. 이제 부자들과 돈, 즉 대기업과 자본가들의 마름이 되어버린 정치는 그들을 위한 법 집행과 행정 사무 정도만 수행할 뿐 많은 사람들과는 무관해졌다.

도무지 견디기 힘든 지구 온난화와 도무지 길이 없어 보이는 정치가 바다 건너 미국이든, 이쪽의 남한이든, 많은 사람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 붕괴하든지, 아니면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판을 바꾸어버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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