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안녕하세요. 뉴스타파 포럼 입니다.

분단국가 미국?!

김평호 프로필 사진 김평호 2017년 02월 15일

성남미디어센터 운영위원장 /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농담 하나.


“우리나라는 간 이식 환자가 수술 4주 만에 완쾌, 정상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의술이 발전 됐다네!”하고 이스라엘 의사가 자랑을 늘어놓자, 러시아 의사 왈 “그 정도쯤이야. 우리는 심장의 절반만 잘라 이식한 환자도 2주 만에 완전 회복 됐는걸!”하며 딴죽을 걸었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미국 의사, “자네들은 멀어도 한참 멀었어. 우린 두뇌도 가슴도 없는 사람을 멀쩡하게 대통령으로 만드는 나라야, 알아?”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한국 의사, 자랑질하는 다른 나라 의사들을 딱하다는 둣 한참 바라보더니 “그게 자랑이냐? 우린 두 번이나 연거푸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창조적 업적을 남긴 나라야. 공부 좀 해라...”



트럼프의 불장난


전문가의 진단에 따르면 사악한 이기주의자(malignant narcissist ;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종합한 정신병자쯤 되지 않을까)인 D.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4주째 정도 된다.


가관이다. 도무지 철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량배 하나가 여기저기 쑤셔대며 불장난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불량배와 그 일행들 때문에 앞으로 자기 나라가 어떤 모양으로 달라질지는 생각지도 않은 채, 그저 북 치고 장구 치며 따라다니는 피부색 하얀 미국인들의 숫자 또한 적지 않다.


또 다른 한편, 각종 시민사회 단체, 법률가 단체, 몇몇 주 정부, 연방 법원, 그리고 민주당 등등은 트럼프의 난장판을 막아내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처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법적 다툼이 전개되고 있으며, 의회에서도 트럼프가 임명한 장관, 연방 판사 등의 청문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분단국가, 미국


지난 1월 17일과 18일. 미국 공영방송 PBS는 시사다큐 프로그램 Frontline에서 2부작으로 ‘분단국가 미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PBS 홈페이지에서는 안 되지만 유튜브에서는 시청 가능)


분단국가라니?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한 분단국가 아니던가? 그런데 미국이 분단국가라니? 물론 미국은 한국처럼 국경으로 잘려져 대치하고 있는 의미의 분단국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역적으로, 나아가 사상적으로 겹겹의 벽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뜻에서 분단국가이다.


정치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화와 협상이 되지 않는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벽은 천양지차로 벌어져 있다. 인종주의적 반목은 더욱 심해지고, 정치적 갈등, 계급과 인종의 격차가 특히 심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이 모든 벽들을 더욱더 굳세게 다지는 소위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적 대치양상은 점점 더 극단의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되던 2012년 11월, 지금의 대통령 D. 트럼프는 ‘이건 안 된다. 막아야 한다. 워싱턴에서 반대시위를 벌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완전히 갈라진 나라가 됐다.’ 운운하는 트윗을 날린 바 있다. 미국은 이런 식의 분단국가이다.



어쩌다 이리됐나?


미국의 분단? 누구의 책임일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미국사회 분단의 가장 큰 책임은 공화당에 있다. 그럼 공화당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극우정당화’이다. 극우정당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각 나라마다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탓에 보편적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대체로 국수주의적 행태, 외국인/이민자 혐오, 인종차별과 소수자 억압, 여기에 타 종교의 배척, 노조억압, 사회복지의 최소화 등등의 사고방식과 행태, 정책노선을 보여주는 정당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공화당은 미국을 이러한 방향으로 이끄는 선봉의 정치집단이다. 지난해 칼럼에서도 썼듯이 공화당의 우경화, 그리고 극우정당화는 간헐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되어온 일이다. J. 맥카시부터, B. 골드워터, R. 닉슨, R. 레이건, G. 부시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공화당을 대표하는 이들도 그렇지만, 적지 않은 수의 공화당 의원들 역시도 극우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동료의원이 이들을 ‘또라이들(crazies)’이라 부르겠는가? 물론 1980년대까지는 우경화의 정도가 극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연방정부 폐쇄사태를 벌이고 이후 9/11 사태가 벌어지면서 공화당은 거의 완전히 극우정당으로 탈바꿈하였다.


공화당의 우경화, 극우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첫째, 극단의 정치 대결극을 연출함으로써 사람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것. 둘째,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참여치 않는 빈 정치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셋째, 그 공간에 극단적 사고를 하는, 따라서 정치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부추겨 선거결과를 좌우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넷째, 그렇게 조성된 정치판 속에서 공화당과 기업이 최대한의 정치적 금전적 이득을 함께 도모하는 시스템 구축 전략의 산물이다.


바로 이 지점, 자본에 포획된 미국의 정치는 공화당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에도 해당한다. 이것은 또 미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는 거의 예외 없이 자본에 포획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질이다.



후회의 시간


가장 적나라한 의미에서 정치는 권력투쟁이다. 그런 날 것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화당은 강렬한 정치전략을 구사하는 나름 우수한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극단의 방식으로 권력을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사회와 사람이 동시에 망가진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는 그 날 공화당의 권력은 모래와 같이 무너지며 바람과 같이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극우의 물리적 토대가 되었던 자본 역시 후회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결정적 전환점 중 하나였던 뉴딜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