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한선교 회장님”-한선교 5억 보조금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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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한선교 의원님이 뉴스타파가 취재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한선교 의원실 권 모 비서 : “네 당연히 알고 계시죠.”
기자 : “그런데 왜 인터뷰에 응하지도 않으시고, 아무런 답변이 없으시죠?”
한선교 의원실 권 모 비서 : “제가 지금 운전 중이라서요….(뚝)”

(1월27일 보도 하루 전)

 지난 9일부터 27일까지 한선교 의원실에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국회의원실과, 한 의원이 총재로 있는 KBL(한국농구연맹), 용인의 지역구 사무실, 자택 등에 10여 차례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회신을 달라는 요청에도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한선교 의원의 휴대전화는 3주 내내 꺼져있었습니다. 보도 하루 전날까지, 한 의원측의 입장을 기다렸지만 끝내 어떠한 답도 오지 않았습니다.

 대체 저는 왜 이렇게 한 의원을 찾아 다녔고, 한 의원은 왜 이렇게 한 통의 연락도 해주지 않았던 걸까요?

  지난 6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주 전의 일입니다. 비영리민간단체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에 관해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앙 정부부처, 광역단체, 기초단체 등등에서 지원된 국고보조금의 액수는 단체별로 다양했지만 대부분 1억 원을 밑돌았습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민간단체에 지원한 보조금 현황을 살펴보던 와중에 국고 5억원이라는, 유독 많은 돈을 지원받은 ‘정암문화예술연구회’단체가 발견됐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고 석 달 만에 거액을 지원 받은 단체. 이 단체가 돈을 지원받은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보조금 지원 현황을 살펴봤더니, 신생 단체 중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지원받은 곳은 이 단체가 유일했습니다.

  신생단체가 5억이라는 돈을 지원받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 과정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르면, 공익활동 실적이 1년 이상 있어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이 가능하고, 문체부 보조금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단체의 자부담 운영비가 적어도 10%는 있는 곳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결성 이후 실적도, 자부담비도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5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조금이 지급된 것입니다.

  이 쯤 되니 이 단체가 문체부의 ‘특혜’를 받고 있는 게 아닌 가 의심이 듭니다. 대체 어떤 단체이길래, 온갖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던 것일까.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증부터, 사업계획서, 보조금 지출 내역까지. 이 단체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 한선교 의원이 만든 정암문화예술연구회는 석연찮은 과정을 통해 국고 5억 원을 지원 받았다.

▲ 한선교 의원이 만든 정암문화예술연구회는 석연찮은 과정을 통해 국고 5억 원을 지원 받았다.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띕니다. 단체 회장 이름은 ‘한선교’, 2012년 당시 문체부의 예산을 심의하는 위치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부터 위원장까지 지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이름이었습니다.

이 단체가 돈을 쓴 내역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보조금 5억 중 사용한 돈은 5900만원에 불과. 불용액은 즉시 반납해야 하는데, 이 단체는 반납을 하겠다고 문체부에 보고했을 뿐 아직 반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초 이 단체의 반납기간은 2013년 1월이었는데, 문체부는 올해 초까지 두 번이나 반납기간을 연장해 주고 있었던 겁니다.

남은 돈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사용한 돈 5900만원 역시 석연찮은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체부는 투명한 보조금 관리를 위해 보조금 사용 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조금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만을 사용하게 합니다. 그래야 사용처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5900만원 전액을 계좌이체를 통해 지출했습니다.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에서 조차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 한선교 의원이 만든 정암문화예술연구회 주소로 찾아가보니 다른 IT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 한선교 의원이 만든 정암문화예술연구회 주소로 찾아가보니 다른 IT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어떻게 운영되는 곳인지 회원명부에 나와 있던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거기가 뭐하는 단체냐”며 저에게 되물었고, 단체주소로 등록돼 있던 곳엔 간판도, 운영진도, 단체가 운영된 흔적도 없었습니다. 대체 뭐하는 단체인지 실체를 찾아 방황하던 도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 한선교 의원실의 000보좌관인데요. 저희 정암문화예술연구회에 대해 취재하고 계시다고 들어서요. 드릴 말씀도 있고, 내일 만났으면 하는데..”(2014년 1월 9일 취재 3일째)

한선교 의원측에서 취재 중인 것을 알고 먼저 전화를 걸어 온 겁니다. ‘취재가 금방 끝나겠구나’라고 안도하고 있던 다음날. 어제 전화를 걸었던 보좌관은 아침 8시에 다시 제게 전화를 해와 “지역 일정으로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다급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의원실에 찾아가니 언제 대화를 나누기로 했었냐는 듯 문전박대 태도로 돌변했습니다.

그래도 해명을 듣고자, 그로부터 장장 3주간 한 의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면 지역구에 갔다고 하고, 지역구 의원실에 전화하면 KBL에 갔다고 합니다. KBL에 방문하니 이번에는 지역구에 가셨다 하고, 또 지역구에 전화를 거니 이번에는 국회에 가셨답니다. 국회보다 더 자주 들른다는 KBL에는 취재진이 연락을 할 때마다 출근을 안 했다고 합니다.

▲ 취재진이 한선교 의원실에 공식인터뷰를 요청한 후 답변이 없어 의원실과 KBL 등을 10여 차례 방문했지만 한선교 의원은 만날 수 없었고, 답변도 오지 않았다.

▲ 취재진이 한선교 의원실에 공식인터뷰를 요청한 후 답변이 없어 의원실과 KBL 등을 10여 차례 방문했지만 한선교 의원은 만날 수 없었고, 답변도 오지 않았다.

물론 한선교 의원이 국회의원이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자 KBL총재까지, 워낙 맡고 있는 직책이 많다보니 바쁠 수 있습니다. 국회에 안 계셔도, 지역구 사무실에 안 계셔도, KBL에 안 계셔도 어디선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을 받았으면 “5억은 이러이러한 경위로 받은 것이다. 언제쯤 인터뷰 하겠다” 정도의 설명은 있어야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듣기 어려웠던 한 의원측의 입장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들려왔습니다. 타 언론에 “뉴스타파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한 것입다. 그러나 지난 3주간 해명을 요구했던 저에게는 아직까지 문자 한 통이 없습니다.

“아, 정말 한선교 의원님, 그리고 정암문화예술연구회 회장님.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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