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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두 번 죽이는 김무성의 거짓말

홍여진 프로필 사진 홍여진 2015년 10월 06일

내 일이든 남 일이든 부당한 거, 억울한 거 절대 못 참아 기자가 된 뉴스타파 공채 1기. '상식'이 '비상식'을 지배하는 날을 기다리다... 오늘도 야근!

30년 인생을 바쳐 일한 일터에서 쫒겨나 무려 3169일을 거리에서 투쟁한 노동자가 하다 하다 이제는 곡기를 끊는다. 그런데 단식을 하는 곳은 자신을 쫓아낸 회사도, 늘 시위하던 법원 앞도 아니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왜? 노동계와 함께하는 노동개혁을 하겠다면서 연일 노동자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5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오래 된 부당해고 노동자인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자행하고, 먹튀자본을 오히려 비호하는 발언을 했다”며 공식적인 정정발언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 콜트악기 방종운 노조 지회장이 김무성 대표의 막말에 대한 사과와 콜트콜텍 부당해고 해결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콜트악기 방종운 노조 지회장이 김무성 대표의 막말에 대한 사과와 콜트콜텍 부당해고 해결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강경노조 때문에 콜트콜텍이 문을 닫았다고?”


문제의 ‘왜곡발언’은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김무성 대표가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 커녕 강경한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만 몰두하는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이미 2012년 대법원까지 가서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런데 회사는 이들을 복직시키는 대신 국내 콜트악기 공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공장폐업을 이유로 이들을 다시 해고했다. 폐업했다는 공장은 해외에서 문을 열고 여전히 가동 중이고, 콜트기타는 세계시장 30%를 점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회사의 위장폐업으로 복직하지 못한 노동자들만 억울하게 거리에 나앉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대법원 판결 뿐만 아니라 노조 때문에 회사가 폐업했다는 기사를 썼던 보수언론들 마저 이미 정정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린 바 있다. 2011년 동아일보는 “콜트악기 부평공장의 폐업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정했고, 지난 10월 1일 한국경제는 “콜트악기가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1996년부터 10년간 순이익 누적액이 170억에 이르는 등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했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콜트악기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사실을 바로잡았다.


이렇게 보수언론에서도 회사 폐업의 책임을 노조가 아닌 경영자에게 묻고 있는데, 유독 김무성 대표만이 노조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콜트콜텍 발언을 포함해 김 대표는 9월에만 노동과 관련해 세차례나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노조 가입자 수는 1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며 “대기업의 강성 기득권 노조들이 매년 불법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이 대응을 못해서 2만 불 시대에서 10년째 공생하고 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3만불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뒤인 9월 10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또 다시 “아무리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이라도 어려운 시기에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도 근거가 없는 말이다.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많을 수록 빈곤 격차가 줄어들고, 노조 조직률이 늘어날 수록 중산층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 있다.


※ 관련기사 : [正말?]노조때문에 3만불 시대 못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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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달 7일 “노조운동이 없는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한다. 내 가족의 안정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다면 나는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며 직접 노조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늘 선진국으로 칭송하는 미국의 대통령도 직접 노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대체 김무성 대표는 어떤 근거로 노조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이 망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혼자서 하는 말은 듣는 이가 없어 책임이 없다. 여럿이 모인자리에서 한 말도 일반인이라면 사담에 불과해 책임이 크지 않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하는 말은 다르다. 국가정책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뉴스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의 말은 말 중에서도 가장 무거워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공당의 대표가 한 말이 잘못됐을 때는 반드시 그가 내뱉은 말의 무게만큼이나 책임있는 사과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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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이 김무성 대표의 허위, 막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오늘, 새누리당의 입장이 궁금했다. 사과를 할 생각이 있을까. 노동자들이 당사 앞에서 목청이 터져라 구호를 외쳐도 내다보는 당직자 한 명 없기에 직접 당사에 찾아가봤다. 하지만 출입부터 막혔다. 농성자들의 당사 진입을 우려해 새누리당 건물을 지키고 서 있던 경찰들이 기자의 출입도 막았다. 거듭 기자임을 확인시킨 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측으로부터 출입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보실에 올라갈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답을 듣지 못하고 돌아 나오는데 당사 현관에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는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액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모든 국민을 품겠습니다.
5천만의 꿈을 담겠습니다.
듣고 또 들어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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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걸음으로 당사에서 되돌아나오는 기자에게 당사 건물을 지키고 있던 경찰이 주머니에서 한웅큼 명함을 꺼내며 한 장을 건넸다. 새누리당에 출입할 일이 있으면 이리로 연락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국민소통국’의 명함이었다. 이 명함을 왜 경찰이 건네줬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명함에 적힌 문구를 보니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명함 중앙에 가장 크게 새겨있는 문장.




국민의 소리를 듣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3000일 넘게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투쟁을 벌이는 동안 단 한번 농성장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직접 찾아가 김무성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단식을 한다고 해도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는다. 그런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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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으로 아들, 딸들에게 좋은일자리를 주겠다”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청년일자리 늘어난다”


임금피크제를 하면 4년간 청년일자리 13만개가 생겨날 것이라는 근거없는 구호. 노동개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결혼 걱정 덜어준다는 말 뿐인 유혹. 조심 또 조심하자.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거짓말을 일삼고도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사람이 당 대표인 당이니까.


※ 관련뉴스 :[正말?]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일자리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