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학교를 떠나는 이인수 수원대 총장님께

안녕하세요. 이인수 총장님.

수원대 학생도 교직원도 아닌 제가 이렇게 총장님 떠나시는 길에 편지를 쓰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총장님께서도 무슨 일인가 영 어색하시겠지요. 제가 지난달 31일에 보도한 기사 <수원대, 5억 원어치 케이크의 비밀>에 대해 총장님께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반론 청구를 하셨길래, 지난 13일 중재 기일에 만나면 드리고자 했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취하를 하시는 바람에 대신 이렇게 글로나마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다소 오글거리더라도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13일에 발표된 교육부의 수원대 실태조사 결과는 보셨겠지요? 저희가 보도한 총장님과 관련된 교비 부당사용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더군요. 5억 원어치 케이크 값의 비밀은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다고 하고요. 저희가 보도한 건 약 8억 원 정도였는데, 이번에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드러난 것을 보니 수원대가 회계부정과 총장님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로 쓴 비용이 100억 원이 넘더군요. 그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통 큰 총장님을 몰라 뵈어 죄송했습니다.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은 지난 13일 첫 실태조사 대상이었던 수원대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인수 총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은 지난 13일 첫 실태조사 대상이었던 수원대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인수 총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사퇴한 총장을 여전히 ‘총장’이라 부르는 이유

아, 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호칭 정리부터 해야겠네요. 제가 이미 사퇴한 총장님을 계속 총장님이라 부르는 게 이상하시지요? 총장님이 제출한 사직서가 지난 12일 이미 수리됐기 때문에 ‘전 총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겠지만, 저는 아직 총장님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총장님의 사퇴가 ‘꼼수 사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 측근으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가 총장님의 사표를 수리하자마자 총장님과 아주 가까운 사람을 새 총장으로 앉혔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만은 아닐 겁니다.

교육부에서는 총장님의 사퇴가 사립학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립학교법 54조 5에 의하면 관할청의 감사나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 비위정도가 중징계에 해당하는 교원에 대해선 학교법인이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교원이 의원면직을 요구했을 때는 면직 대상이 되는지를 담당 조사기관의 장에게 확인하도록 돼 있습니다.

총장님은 교육부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조사 도중에 사표를 제출하셨죠. 재단 이사회는 교육부의 위법 소지 지적이 있었음에도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전날 굳이 사표를 수리했고요. 때문에 교육부는 총장님의 사표 수리 자체가 무효라는 건데요. 총장님이 말씀하신대로 “학교발전을 위해 떠나”시는 거라면 마지막까지 법은 제대로 지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파면 또는 해임 처분을 받게 되실 텐데 급히 학교를 떠나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설마 파면된 자는 5년, 해임된 자는 3년이 지나야 학교로 복귀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제21조를 의식하신 건 아니었겠지요. 정말 학교발전을 위해 떠나신 거겠지요? 교육부가 13일 총장님의 중징계 처분을 발표했는데, 이사회가 하루 전날인 12일에 사표 수리를 한 것이 총장님의 징계 처분을 피하기 위한 꼼수는 정말 아니겠지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그리하여 저는 교육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예의를 갖춰 ‘총장님’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직원을 보디가드로, 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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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총장님께 편지를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나름의 인간적인 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그렇게 학교에서 한 번도 보기 어렵다는 총장님을 최근 넉 달 사이 세 번이나 만났으니 정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혹시 저와의 첫 만남 기억하시나요? 지난 7월 제가 처음 총장님께 질문을 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 형사법정으로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총장님은 잊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총장님을 보호하기 위해 저를 격렬하게 밀치던 교직원들과 그 사이로 빠져나가시던 총장님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말 한마디 없는 총장님을 대신해서 10여 명이나 되는 교직원들이 앞다퉈 기자 한 명을 밀치고 넘어뜨렸지요. 몸은 아팠지만 총장님의 강렬한 포스에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과거에도 총장님이 자신을 비판했던 교수들을 향해 “인간 쓰레기, 개떡 같은 교협”이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 본 모습은 더욱 강렬했죠. 그 흔한 조폭 영화에 나오는 보스만큼이나 강력한 인상을 줬던 총장님의 리더십이 교직원들을 총장님의 보디가드로 만든 힘이었을까요?

두 번째로 총장님을 찾아갔을 때는 기억하시나요? 인천공항 1등석 탑승수속 창구에서 총장님을 만나고 반가움에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였습니다. 첫 인상과 달리 환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 홍 기자님”이라고 불러주시는 총장님의 말투에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답변하기 싫어서 밀쳤던 게 아니고 다른 사정이 있었던 거구나, 이렇게 친절한 총장님이 그럴 리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며 총장님을 오해했던 저를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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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또 자리를 피하시더군요. 학교에 물으면 답변해 준다는 말과 함께요. “4년 연속 국정감사 때마다 출국하는 건 증인 출석 피하려는 도피성 출국 아니냐, 해외 출장은 어떤 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중에 학교를 통해 답변을 들어야할 만큼 어려운 질문이었습니까? 그때도 총장님을 의전하던 교수와 직원들은 총장님이 편하게 자리를 피할 수 있도록 저를 가로막고 밀치느라 애를 많이 쓰시더군요.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국감 시즌에 어디로 출장을 가시는 건지 말이죠. 총장님 말씀대로 학교에 물어봤습니다. 다른 취재거리로 할 일도 많은데 굳이 총장님의 출장지를 캐묻고 다닌 것은 학교측 답변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의 해외출장을 관할하는 수원대 최광수 국제협력처장은 “총장님이 미국 학교에 방문한 것은 맞지만 언제 했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며 “이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나 한 명뿐이니 내 말을 믿으라”고 호언장담 하셨죠. 인천공항에서 만났던 최형석 교무부처장은 “총장님이 출장 가신 학교의 초청장을 보내주겠다. 교수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큰 소리 쳤지만 결국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총장님은 그날 공항에서 출국하시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셨다면서요? 미국 대학 방문은 커녕 미국 땅조차 밟지 않으셨다죠. 총장님의 말씀도, 교수들의 말도 모든 게 거짓이었던 겁니다. 진리를 가르쳐야 할 교수님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재주를 가진 총장님, 참 대단하십니다.

▲ 지난 10월 25일 서울고법에서 교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취재진의 질문을 피한 이인수 총장
▲ 지난 10월 25일 서울고법에서 교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취재진의 질문을 피한 이인수 총장

세 번째 만남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억하시겠지요. 지난 10월 25일 총장님의 항소심 재판 선고 당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규모를 늘려 20여 명의 교직원을 대동하고 나타나셨더군요. 비서실, 홍보실, 총무처, 학생지원처까지요. 총장님 때문에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일해야 하는 교직원들은 얼마나 고충이 많았을까요.

그런데 사실 이번에는 총장님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까지 취재해서 질문을 하러 갔는데, 지난번 보다 더 심하게 밀치는 교직원들을 보면서 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너무 격렬하게 밀친 탓에 촬영 중이던 제 휴대폰이 날아가 버려서 하마터면 방송에 그 장면을 못 내보낼 뻔했지 뭡니까. 화면에 다 담기지 않았던 그날의 폭력성은 당시 재판을 방청했던 수원대 학생들이 생생하게 목격했으니 궁금하면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총장님이 그렇게까지 입을 닫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총장님 모교에 교비로 동문회비를 내고, 총장님이 최대주주이자 가족이 상무로 있는 회사에 교직원 생일케이크 값을 10년 간 지출하셨던 이유, 그 케이크 값이 수원대 교직원 숫자에 비해 10배 이상 많았던 이유를 최종 결제권자인 총장님께 묻지 않으면 누구에게 물어본다는 말입니까? 학교 측에 물어봐도 답변을 안 해주고 총장님을 찾아가면 폭력을 행사하니 저로서는 이렇게라도 공개편지를 띄우는 수밖에요.

제가 총장님과 만났던 세 번의 기억을 더듬어 써내려가다보니 부끄러워집니다. 총장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도 세 차례 만남 만에 이런 수모를 당했는데, 총장님을 모셨던 교직원들, 총장님을 비판하다 해직됐던 6명의 교수님들은 지난 9년간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을까요? 이번에 교육부 실태조사로 총장님이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님들에 대해 불공정 인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지난 3년간 해직자 신분이어야 했던 사람들의 상처가 다 씻길 수 있겠습니까.

▲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6명은 2014년 수원대와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고발한 뒤 파면, 해직됐다. 이중 4명은 복직, 2명의 교수는 여전히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6명은 2014년 수원대와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고발한 뒤 파면, 해직됐다. 이중 4명은 복직, 2명의 교수는 여전히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대 취재과정은 강렬한 장면들 투성이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가 교수든 기자든 쉼 없이 감시를 했던 장면입니다. 총장님을 비판했다 해직된 뒤 지난해 복직한 교수님들의 출퇴근과 이동경로를 학교 곳곳의 경비원들이 무전으로 어딘가에 수시로 보고하기 바쁘더군요. 학교 내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저와 촬영기자를 교직원들이 계속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도 했고요. 저희를 따라다니던 교직원은 학교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녀야 한다며 민망해 하더군요.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고 감시하고 폭행하고 속이게 만드셨던 총장님. 제가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풀어놓는 이유는 혹시 총장님께서 교육부 실태조사 때문에 자신이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거라고만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해서입니다. 떠나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떠나가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찝찝한 법이니까요.

 이 모든 게 사학법 때문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총장님도 억울하시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2007년 사학법이 재개정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법적으로 총장님이 아내와 함께 총장과 이사장을 겸하실 수 없었을 테고, 이사회 견제로 인해 전횡을 휘두르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테지요. 부정과 비리를 방조한 임원에 대한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사학법 조항이 2007년 재개정으로 삭제되지 않았다면, 진작에 부정과 비리는 막을 수 있었을 테고 말이죠.

또, 대만의 사학법처럼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학교로 복귀할 수 없도록 사학법이 개정됐었더라면, 일부러 파면·해임을 피하기 위해 꼼수 사퇴했다는 지적을 받으시지 않았을 것도 분명하지요. 그러니 괜히 사학법 때문에 총장님의 순수한 뜻이 오해를 받은 것 같아 억울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정부에서는 총장님처럼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학법을 제대로 고쳐야할 것 같다는 결론까지 이르게 되네요. 동의하시지요?

아, 또 한 가지 더요. 총장님은 학교를 떠나시겠지만 앞으로 총장님을 뵐 수 있는 날은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총장님과 관련된 교비횡령 혐의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거기다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교직원 케이크 비용까지 교육부가 수사 의뢰했다고 하니 학교엔 안 나가셔도 검찰이나 법원 다니시느라 더 바빠지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음번 공판에는 부디 교직원을 대동하고 오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학생지원처 교직원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직원들이고, 총무처는 교비 등 학생들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잘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원들입니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총장님을 따라다니며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개인 경호원이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소속 학생들은 재학생 3200여 명 서명을 받아 이인수 총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9월 7일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소속 학생들은 재학생 3200여 명 서명을 받아 이인수 총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9월 7일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그래도 총장님 덕분에 수원대 학생들이 전국 대학생 중 최초로 등록금 환불 소송을 해서 승소를 하기도 하고, 총장님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을 모아 법원에 탄원서를 내는 등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는 방법을 터득한 듯도 하네요. 혹시 이렇게 민주 시민으로 자라는 방법을 일깨워주기 위해 그 많은 부정과 비리를 굳이 저지르셨던 것이라면 박수를 보내드리고도 싶습니다. 성공하신 거니까요.

더 드리고픈 말씀이 남아 있지만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어차피 또 뵐 일들이 남은 만큼 다 못 드린 말씀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라도 제 편지가 불편하셨다면 답장 주셔도 좋습니다.

2017년 11월 14일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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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cyout

    홍기자님께 재학생으로서 큰 감사 인사드립니다.

  • 최현정

    홍기자님..찜요리 좋아하시죠.? 멋찜

  • 백관기

    취재 내용을 계속보고 있었습니다. 제 속히 다 시원합니다.
    계속 건승하시길 지켜봐 드리겠습니다.^^

  • park junkwang

    나경원이부터 잡아야~
    사학재단의 주적 자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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