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우리 사회에 재앙을 던지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을 일으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전문가체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전문가는 ‘과학 기술과 같은 특정 직역에서 그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깊은 전문 지식이 있고 전문분야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전문가는 일반인이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 능력이 필요한 곳에는 전문가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가 자리 잡아야 할 곳에 전문가답지 않은 사람이나 비전문가가 있으면 재앙을 불러옵니다. 전문 분야에서 재앙은 두 가지 길로 찾아옵니다.

먼저, 전문가가 본질을 알면서, 일반인이 모른다는 것을 악용해서, 아는 것과 다르게 행동할 때 재앙이 다가옵니다. 이번 옥시 사태를 불러온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어디도 챙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가장 전문성 있게 챙겨야 할 부처였습니다. 보도 기사를 보면, 사용된 물질의 독성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독성분야에 경력을 갖춘 사람이 연구를 맡았는데, 그 연구자가 시험자료를 허위로 조작하여 위조(fabrication)하거나, 실험 결과를 특정 목적으로 조작하여 변조(falsification)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위조하거나 변조했다면 연구 윤리를 벗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 지식을 악용한 범죄입니다. 해당 물질의 제조신고와 독성 심사, 제품 승인, 질병 발생과 관리에 정부에 책임이 있는지 체제상 문제가 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비슷한 사태가 다시 생기지 않게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또. 연구자가 시험 결과를 악용했다면 그 연구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전문가라 하면서도 전문가 자질을 갖추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찾아옵니다. 돌팔이 의사가 환자를 죽이는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는, 법정 절차를 거쳐서 전문가를 뽑습니다. 의사 약사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기술사 같은 법정 자격자입니다. 이들은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일정 연수를 거치게 한 다음 자격을 줍니다. 법정 자격자의 전문성은 우리 사회의 신뢰도와 관련됩니다. 자격자의 전문성을 믿고 일을 맡겼는데, 실제로 그 자격자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깁니다.

전문가 자격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받을 수 있게 설계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전문가 자격을 가진다면 사회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전문성이 없는 전문가 자격은 재앙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여러 사례에서 확인됩니다. 전문가 제도에 예외가 있으면 안 됩니다. 지난해 끝 날에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던 제도가 이제는 자격연수를 받고 주는 것으로 변리사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변협은 자격연수를 받으나 마나 한 쪽으로 가려고 기를 씁니다. 연수 과목 면제, 연수 기간 단축, 인터넷 학점 취득 같은 꼼수를 부리고, 전문가 제도를 정립해야 할 특허청은 변협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듯합니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재앙을 준비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전문가가 전문지식을 악용하여 오든, 전문능력이 없는 사람이 맡아 생기든 어느 쪽이든 우리 사회에 재앙을 가져옵니다. 국민이 느닷없이 재앙을 맞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재앙이 오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사회는 믿음으로 굴러갑니다. 믿음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집니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가 끈질기게 추적하여 폐질환이 옥시 제품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저런 분이 진정한 전문가입니다. 진정한 전문가가 제 역할을 하여 믿음이 살아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 글은 2016년 05월 09일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에 실은 글입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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