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으로 배우는 ‘연애 비법’

어린 시절 나는 연애가 무척 하고 싶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자질은 부족하고 의욕만 앞선 탓이다. (못생긴 주제에 여자 외모를 밝혔다^^) 난관에 부딪히면 항상 책에서 답을 구하기에, 연애 비법을 찾아 책을 읽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처세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등등. 물론 ‘사랑의 기술’을 읽고는 무척 실망했다. 실전 연애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철학 서적이었다.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사랑을 논하는.

연애 기법을 책에서 배우지는 못했지만, 책 읽는 습관 덕에 결혼에 골인했다. 외대 통역대학원을 다니다 1년 후배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신입생 시절,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나를 보고 그랬단다. ‘외대라 그러더니, 교환 학생이 다 있네?’ (나는 좀 까만 편이다.^^) 신입생 환영회에 갔던 나는 (남자들이 신입생 환영회 가는 이유는 하나다. 신입생 중에 혹 예쁜 애 있나 보려고) 신입생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애 옆에 앉았는데 그게 지금의 아내다. 남녀가 서로에 대한 첫인상의 격차가 이렇게 심하다는 건 비극의 시작이다. 오랜 세월 고생 끝에 결혼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문득 나자신이 대견하더라. ‘내가 어쩌다 이렇게 예쁜 여자랑 결혼하게 된 걸까?’ 정색하고 아내에게 물어봤다.

“너 말이야. 나처럼 못생긴 남자는 싫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랑 결혼할 생각을 다 한 거야?”

“선배는 책을 많이 읽으니까.”

“응?”

“학교에서 볼 때마다 선배는 늘 책을 읽고 있었어. 아, 저 사람은 책을 참 좋아하는구나. 저런 사람이라면 인생을 살다 아무리 힘들어져도, 심지어 감방에 갇혀도, 책 한 권만 있으면 잘 지내겠구나. 저런 사람이라면 평생 믿고 의지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에.”

책 속에 길이 있다더니, 예쁜 아내를 얻는 방법도 책 속에 있었구나! 오랜 세월 그렇게 책을 읽다 실전 연애에 도움이 될 책 한 권을 찾았다.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 지식하우스) 좀 두꺼운 과학책이지만 성과 짝짓기 문제에 있어 인간의 심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어 연애에 목마른 청춘들에게 복음이 될 것이다.

책을 보면, 여자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장기적 배우자를 선호한단다. 여자가 배우자의 유머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은 공감 능력과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유머에는 능동적 영역과 수동적 영역이 있는데, 여자는 유머를 잘하는 남자를 선호하는 반면, 남자는 자신의 유머에 잘 반응하는 여자를 선호한다.

남자는 머리를 굴려서 창의력과 암기력을 동원하여 우스갯소리를 해야 하는데, 여자는 그냥 듣고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잘 웃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너그럽다는 뜻이다. 자신의 아이를 양육해줄 이성을 찾는 남자에게,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긍정적인 지표도 없다. 웃기기 힘들다면 잘 웃어주기라도 하자. ^^

로맨틱 코미디 연출 경력 15년, 인간 남녀의 짝짓기 행태에 관해서는 나름 전문가라 자부하지만, 나 자신 로맨스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지는 않는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는다. 드라마 시청보다는 독서가 연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미디어의 과도한 노출은 실제 연애와 결혼에 방해된단다.

오늘날의 시대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옛날에 진화한 것과 똑같은 평가 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제는 오늘날 광고가 넘쳐나는 문화에서 잡지, 광고판, 텔레비전, 영화 등을 통해 매일 목격하는 많은 매력인 여자들 때문에 인위적으로 작동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에 존재하는 실제 여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이미지들은 다른 환경을 위해 설계된 기제를 활용한다.

그런 이미지를 본 결과로 남자는 자신의 배우자에게 덜 만족하거나 헌신의 강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초래하는 잠재적 해는 여자에게도 미치는데, 다른 여자들과 점점 가열되는 불건전한 경쟁에 휩쓸려들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매일 보는 이미지 –남자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여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섭식 장애와 성형 수술이 유례없이 늘어난 일부 원인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있는지도 모른다.

- ‘진화심리학’ 263쪽

100년 전 인류의 생활을 한번 상상해보자. 내가 사는 마을에 예쁜 여자가 있다면 과연 몇 명이나 있었겠나? 100년 전 남자는 평생을 살면서 오늘날 기준으로 매력적이라는 여성을 10명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TV만 틀면 완벽한 미모와 몸매의 여주인공이 화사한 미소로 유혹해온다. 여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00년 전 기준에서 남자가 능력이 있다면 마을에서 나무를 가장 잘하거나 땅마지기 깨나 있는 부잣집 도련님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재벌들의 부는 상상을 초월한다. TV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드물 정도로 예쁜 여자가, 현실에서는 만날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은 재벌을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다. 심지어 그 이야기 자체도 초현실적이다. 아이 딸린 이혼녀가 연하의 꽃미남 재벌 2세를 만나 일과 사랑에서 재기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냔 말이다.

연애를 위해서라면 잠시 TV는 꺼두고 책을 펼쳐 들자.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진화심리학’을 읽어 이성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자. 남의 마음을 알기 어려우면 적어도 내 마음이라도 알아야지. 예쁜 여자를 보면 내 심장이 왜 이리 쿵쾅거리는 지, 내 어설픈 조크에도 웃어주는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를 보면 왜 이리 설레는지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혹 세상이 이 지경인데, 연애할 정신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그러기에 더더욱 연애해야 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 최고의 동기 부여는 역시 연애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연애하기 힘든 시절이지만, 포기하지 말자. 탐욕과 거짓의 유전자를 가진 이들에게 세상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랑을 통해 세상을 온통 희망으로 물들이는 그 날까지, 모두 모두 연애에 총력을 기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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