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지 않을 용기

남에게 싫은 소리 듣고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모든 사람이 믿는 공통의 신념에 반대하는 어떤 주장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권력을 종교가 독차지 하던 시절, 만물을 창조한 것이 신이 아니라, 자연의 선택에 따른 진화의 결과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

사랑하는 아내 엠마는 편지에서 ‘당신의 그 진실한 의심으로 인해 우리는 사후 세계에서 이별하게 될지 모르는 게 걱정’이라고 고백한다. 남편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는 독실한 아내와, 너의 조상은 그럼 원숭이와 고릴라 중 어느 쪽이냐며 조롱하는 주위의 반대에 맞서 진화론을 만들어낸 찰스 다윈. ‘종의 기원’을 읽어보면 그 남자의 용기에 경탄하게 된다.

‘종의 기원’은 초반에 약간 지루하다. ‘제1장 사육과 재배 하에서 발생하는 변이’에서 돼지 기르기, 집비둘기 품종 개량, 떡갈나무의 각기 다른 변종 등등 현대의 독자들에겐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을 쓴 1850년대 영국 신사들의 관심 분야가 원예와 애완동물 및 가축의 품종 개량이었다. 다윈은 자신의 위험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기에 앞서 대중에게 친근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윈은 이어 다른 저자들의 논문과 책을 인용한다. 맬서스의 인구론,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 그 외에도 원예학 및 곤충 박물학 등등.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자신만의 논리를 더해 진화론을 완성시킨다.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학자와 책과 논문은 잊혔지만, 진화론은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생각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진화론’이야 말로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결과물이다.

광대한 대륙 지역이 오래 존속하고 넓게 분포하는 생물의 새로운 조류를 다수 생성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처음에 대륙으로 존속하는 동안 개체수와 종류가 많았던 생물들이 매우 엄격한 경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년 전 다윈의 글에서 ‘총 균 쇠’에서 제러미 다이아몬드가 지적한, 대륙에 따라 가축의 발달이 차이 나는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진화론은 많은 자손을 남긴(?)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내가 상상하기로는 뻐꾸기 새끼가 배다른 형제를 둥지에서 밀어내는 것도, 개미가 노예를 만드는 것도, 맵시벌과의 유충이 살아 있는 모충의 체내에서 그 몸을 파먹는 것도, 모두 개별적으로 부여되거나 창조된 본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을 증식시키고 변이시키거나, 강자는 살리고 약자는 도태하여 진보로 이끄는 일반적인 법칙의 작은 결과로 간주하는 편이 훨씬 만족을 안겨준다.

다윈의 말대로 인간의 눈에 비정해 보이는 몇몇 동물의 행태가 신이 창조한 본성이라 여긴다면 신은 너무 잔인하다. 그 또한 진화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는 편이 마음 편하리라.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 다윈은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지리적 분포에서 종자가 흩어 퍼지는 방법을 입증하기 위해 87종류의 씨앗을 28일간 바닷물에 담가 두는 실험 끝에 그중 64종이 발아하고, 몇몇 종은 137일간 담가 두어도 살아있더라고 결과를 기록한다. 지리상으로 거리가 먼 바다를 건너 식물이 퍼지는 원리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꼼꼼한 실험을 거친다. 그리고 꼼꼼한 실험과 관찰과 사색 끝에 그는 모든 이들의 상식에 반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식물학자 후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윈은 이렇게 고백한다.

농업과 원예에 대한 책을 산처럼 쌓아놓고 읽고, 끊임없이 사실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광명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나는, 종이 불변이 아님(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지만)을 거의 확신(당초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하게 되었습니다.

살인을 고백하는 심경으로 쓴 책이다. 새삼 다윈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생물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생존을 담보하듯이, 생각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국정 교과서를 추진한다는 대통령을 보며 다윈을 생각한다. 진화론도 발표 당시에는 사람들이 보기에 ‘올바르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아니 매우 불경한 생각이었다. 올바르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생각의 다양성은 탄압받는다.

“우리나라 역사와 현실에 대한 책을 산처럼 쌓아놓고 읽고, 끊임없이 사실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광명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나는, 친일 독재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님을 (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지만) 거의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올바른’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고 해서, ‘종북좌파’란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올바르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다. 다윈이 살아생전 들어야 했던 비난을 생각하면, ‘종북좌파’라는 딱지는 동포애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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