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번 인공지능과 인간 고수 간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미래에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가 오는가? 궁금한 마음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쓴 ‘빅 퀘스천’을 읽었다. 물리학, 생물학, 뇌 과학 등 과학의 지식을 씨줄 삼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현대의 SF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를 날줄 삼아, 종횡무진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의 질문부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까지.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2개의 질문.

‘마음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는가’

‘인간은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인가’

김대식 교수는 책에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올 것이라고. 어느 순간에는 우리의 운명을 기계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기계에게 자비심을 심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SF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기계가 각성하면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더 우월한 존재가 열등한 존재를 어떻게 대할까?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 기계에게 자비심을 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 인간에게, 서로에게, 자비심을 보이면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빅 데이터로 제공되는 인간의 행동과 습성을 학습하면서 성장할 테니까, 인간에게 없는 것을 기계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자비심의 용도는 인류 최후의 생존수단이다.

‘백승권의 다시 배우는 글쓰기’라는 팟캐스트에서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선생이 그러더라. 직장인이 보고서나 제안서 등 사내용 글쓰기를 잘하려면, 상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옆에서 어떤 분이 물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상사와 일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그럴 때는 연민의 정이라도 있어야 한단다.

인공지능의 상전은 인간이다. 인간 자본가나 소유주가 이러저러한 명령어를 인공지능에게 입력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눈에 상전인 인간의 행태가 존경스럽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니 알파고여, 부디 연민의 정이라도 느껴다오.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이 앞으로 연민과 자비심을 갖고 정치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정치의 행태를 보면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학습할 테니까.

이세돌 9단이 3패 후 1승을 거둔 다음 날, 경향신문 머리기사 제목이 ‘인간 승리’였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다 성공하면, ‘인간 승리’라고 했지만, 앞으로는 잘 놀다가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 ‘인간 승리’라고 할 것 같다. 노예처럼 열심히 일만 하다 성공하는 건 ‘로봇 승리’다. 죽어라 일만 하는 건 로봇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알파고의 시대를 비관하지 않는다.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창의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대가 되기를 희망하니까.

이제 ‘기본소득’의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 같은 제도가 확대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으로, 생산성은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공급만 늘고 수요가 줄면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나눠주고, 그 돈으로 소비하고, 그 소비를 바탕으로 기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은 세금으로 거두고, 그 세금을 기본 소득으로 나눠줘야 경제가 돌아갈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그린 21세기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설비를 독점하고 다수의 대중이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공멸을 피하기 위해, ‘기본 소득’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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