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은 ‘자백’의 예고편이다

* 이 글에는 영화 ‘곡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영화 ‘곡성’의 줄거리. 종구(곽도원 분)가 경찰로 근무하는 마을에서 친족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배후에 산에서 혼자 사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종구는 그를 찾아가 마을을 떠나라고 협박한다. 살인을 저지른 이들의 몸에서 두드러기가 발견되는데, 어느 날 종구 딸의 몸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딸이 이웃집 노파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조금씩 미쳐가자 딸을 구하기 위해 종구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무당(황정민 분)은 이게 다 종구가 외지인을 건드린 탓이라고 말한다. 종구는 마을 친구들을 모아 일본인이 사는 산으로 쳐들어가는데 그곳에 행방불명된 춘배가 좀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종구가 집에 돌아오니 집안에 피가 난자하고, 딸 혼자 피투성이가 되어 남아있다. 딸을 안은 종구가 속삭인다.

“걱정 마, 아빠가 정리해줄게. 아빠, 경찰이야.”

자, 여기서 질문.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누구인가? 정신 착란으로 사람을 죽이는 마을 사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 함부로 살을 날리는 무당? 귀신인지 미친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여자? 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항상 엔딩에 등장한다. 모두가 죽고 나서 혼자 살아남는 그 사람. 영화 ‘곡성’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주인공인 경찰 종구다.

종구가 무서운 이유.

첫째, 경찰인 그는 무척이나 무능하다. 사건 현장에 가서 혼자 자빠지고 사람에게 물리고 소장에게 핀잔을 받기 일쑤다. 정전이 되어 파출소를 찾아온 여인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친다. 그 바람에 도움을 청하러 온 여자는 그냥 사라진다. 심지어 밤에 자다가도 가위에 눌린다. 이렇게 한심한 인물이 마을과 가족을 지키는 경찰이라는 게 정말 무서웠다.

둘, 종구는 공권력을 사적으로 동원한다. 딸을 지키려는 마음에 친구들을 선동해서 곡괭이와 삽을 들고 외지인을 잡으러 간다. 죽다 겨우 살아난 춘배를 만나 집단 린치를 가하는 대목은 민간인 학살 장면을 연상시킨다.

셋, 종구는 타자에 대한 악의적 선동에 취약하다. ‘저 놈만 사라지면 마을에 평화가 올 것이다!’ 이런 선동에 넘어가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 그의 모습에서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나, 코란을 암송시킨 후 칼부림을 자행하는 IS 전투원의 모습이 겹쳐진다.

영화 ‘곡성’의 종구를 보고 영화 ‘자백’에 나오는 국정원을 떠올렸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는 국정원에서 저질러온 간첩 조작 실태를 파헤쳤다. ‘자백’의 국정원은 ‘곡성’에 나오는 무당과 범인과 경찰의 1인 다역을 수행한다. ‘저자가 간첩이다! 종북좌파 잡아라!’하고 굿을 하고, 외로운 타자인 탈북자를 공권력의 이름으로 사냥하고, 고문과 회유를 통해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다. 2012년 대선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가 ‘좌익효수’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공포를 안겨준다. 댓글 공작으로 수세에 몰린 국정원이 탈북자 간첩 조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장면은, 종구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걱정 마. 내가 다 정리할게, 나 국정원이잖아.”

영화 ‘곡성’이 무섭다 한들 ‘자백’에는 못 당하리라 생각한다. ‘곡성’은 ‘자백’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에이 아무렴, ‘곡성’이 무슨 ‘자백’의 예고편이야. ‘자백’을 홍보하기 위한 무리수가 좀 지나치구먼.” 하실 분도 있겠다.

제목에 현혹되지 마시라. ‘곡성’은 실제 있는 지명이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다 감독이 그려낸 허구다. ‘자백’은 허구의 간첩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허구와 현실 중, “무엇이 더 중헌디, 무엇이 더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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