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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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추격자들 제1화

김민식 프로필 사진 김민식 2014년 11월 17일

MBC 드라마국 PD / SF 덕후 겸 번역가 / 시트콤 애호가 겸 연출가 / 드라마 매니아 겸 PD








뉴스타파 칼럼에 SF 소설을 연재하다니?
네.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 등,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정권의 행태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얘기를 좀 코믹하게 풀어갈까 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그럼~^^



‘4대강에 UFO가 나타났다’


“4대강 자전거 여행을 가자고? 갑자기 왜?”
“여름휴가로 자전거 전국 일주 한번 하자는 거지.”
“백수가 휴가가 어디 있어, 일 년 사시사철이 휴간데........”
“백수가 왜 힘든지 아니? 일상이 지루해서 힘든 거야.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뭐야. 일상에 찌들거나 생활에 지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금 확인하러 떠나는 거지. 콜로세움, 피라미드, 만리장성, 이런 문화유적을 보고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거지.”
“아, 그런데 왜 하필 4대강으로 가냐고?”
“우리가 여행가서 보는 게 다 과거에 만든 건축물이란 말이야? 우리에게도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맞먹을 토목 공사가 하나 있지. 바로 4대강! 선조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걸 관광자원이라고 팔아먹을 때, 우리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만으로 대운하를 완성해서는 관람료도 안 받고 공개했단 말씀이야. 비행기 표도 필요 없어. 그냥 자전거타고 가면 돼. 이런 공짜 관광 상품을 안 즐길 이유가 있냐?”


100년 뒤엔 4대강 자전거 길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될 거라는 김무열의 구라에 홀딱 넘어간 가련한 두 청춘이 있었으니, 하나가 박도완이요, 또 하나가 이을기다. 짠돌이 도완이는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는 무전여행이라는 소리에 넘어갔고, 만년 백수 을기는 일하라는 가족의 성화로부터 며칠이나마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캐릭터에 충실한 이 세 명의 젊은이가 4대강 자전거 여행이 대재앙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루 100킬로씩 달려 3일째 낙동강 유역을 지나던 김무열이 불평을 시작했다.
“아니, 22조원이나 들여 만들었다는데 왜 이렇게 볼 게 하나도 없냐고!”
뒤쫓아 가던 도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바보냐? ‘PD 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도 안 봤어?”
“그게 뭐?”
“말은 ‘4대강 살리기’라고 하고는 실제는 대운하를 팠다잖아. 치수 사업을 하려면 수심을 2.5미터만 파도 되는데 굳이 수심 6미터를 고집하는 바람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얘기 몰라?”
“그럼 4대강 공사비 대부분은 물속에 잠겨있다는 얘기네?”
뒤쫓아 오며 둘의 대화를 듣던 을기가 참다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저 놈의 녹조 때문에 한 치 앞 물속도 안 보이는데, 강바닥을 긁는데 10조를 썼는지, 22조를 썼는지, 어떻게 아냐고! 아, 됐고! 어디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자.”


4대강 자전거 길에서 귀한 것이 그늘이다. 강 따라 달리는 길이니 뙤약볕을 피할 그늘이 없다. 결국 셋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올 때까지 달렸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예로부터 거지들의 보금자리가 바로 다리 밑 아니던가. 녹초가 되어 다리 밑에 뻗은 셋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삶은 감자가 하나 뚝 떨어졌다. 다리 위를 지나던 행인이 안쓰러운 그들의 모습에 먹던 감자를 던져준 것이다.


무열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인간이 누구를 거지로 아나?”
도완은 모래톱에 떨어진 감자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 사람 참. 기왕 던져 줄 거면 잘 좀 던져주지.”
무열이 벌떡 일어나 따지고 나섰다.
“저기요!”


다리 위에 있던 행인은 무열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넋이 나간 듯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저 양반이 딴청 피우네? 여기요!”
행인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며 손으로 해를 가리고 하늘만 응시했다. 행인의 시선을 따라가던 무열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 거, 저건 뭐냐?”
속사포 구라쟁이 김무열이 말을 더듬을 때가 다 있나 싶던 도완이 말했다.
“아, 또 왜 그래.”
“빠, 빠, 빠, 빨리 좀 나와 봐!”
도완이가 다리 밑에서 기어 나와 무열이 옆에 서서 그가 가리키는 손끝을 봤다. 먼 하늘에서 타원형의 빛 세 개가 날아오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대에박! 말도 안 돼. 야, 을기야, 너도 나와 봐.”
눈을 감고 버티던 을기가 모로 누우며 투덜거렸다.
“아, 잠 좀 자게 조용히들 해라.”
그 와중에도 그 미지의 비행물체는 셋이 함께 마치 편대를 유지하듯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서서히 날아왔다.
“나와서 저걸 좀 보라고!”
“아, 진짜 왜들 그러냐고.”
을기는 눈을 비비며 다가 와 하늘을 도완이 가리키는 하늘을 봤다.
“헐!”
평소 말하는 것도 귀찮다며 말수를 줄이고 사는 을기다운 반응이었다.
“니, 니, 니 눈에도 저거 보이는 거 맞지? 나, 나, 나만 보이는 거 아니지?”
무열은 계속 말을 더듬었다.
“사진! 사진! 사진을 찍어야 해!”
도완이는 카메라를 챙기러 황급히 자전거로 뛰어갔다. 이제 그들 머리 위 상공까지 날아온 빛의 덩어리들이 그 순간 하늘에 멈추어 섰다. 얼이 빠져있던 무열이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뭐야? 나 때문에 온 거였어? 이제 나, 지구를 떠나는 거야?’
우당탕탕, 자전거가 넘어지고, 도완은 배낭을 뒤져 디카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낭에서 나온 땀에 절은 팬티와 러닝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무열은 하늘을 보며 양팔을 살짝 벌렸다. ‘자, 나를 데려 가 다오.’ 찰칵, 찰칵! 옆에서 카메라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세 개의 빛이 세 방향으로 흩어져버렸다. 마치 하늘에 그린 거대한 정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향해 날아가듯 말이다. 다가올 때와는 달리,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잠이 덜 깬 듯 멍한 표정으로 을기가 물었지만, 무열은 양팔을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 도대체 뭐냐고!”
그제야 무열은 눈을 뜨고 빈 하늘을 살폈다.
‘그냥 가버린 거야? 나를 두고?’
“아, 제대로 찍었어야 했는데, 벌써 가버렸네?”
도완은 저 편에서 카메라 액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무열은 도완에게 달려갔다.
“찍혔냐? 아까 그거, 찍혔어?”
“가만 좀 있어 봐. 밝은데서 액정으로 봐서는 몰라. 그냥 빈 하늘 밖에 안 보여. 급해서 하늘에 대고 막 찍은 거라. 피씨로 확대해 봐야 알지. 근데 아까 그거 뭐냐?”
을기가 저 편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설마 저게 UFO야?”
웬일로 무열이는 대꾸가 없었다.


셋은 근처 강가 공터에서 그 날 밤을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해도 곧 떨어질 테니 야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강변에 텐트를 치고 버너와 코펠로 밥을 지어먹은 후, 도완이와 을기는 씻으러 인근 마을 회관을 찾아갔다. 밥을 먹는 내내 무열이는 침묵을 지켰다. 어제만 해도 리버사이드 오픈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만찬을 즐기는 것도 자기 덕분이라고 허풍을 쳤는데 말이다. 충격이 큰 건지 실망감이 큰 건지 알 수 없었다. 넋이 빠진 무열이를 두고 도완과 을기는 지도에서 봐둔 마을 회관을 찾아갔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관에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고 나오던 도완이 툴툴거렸다.
“아, 카메라만 옆에 있었어도 제대로 찍었을 텐데. 하여튼 꼭 필요한 순간에는 없어요. 돈이나 카메라나.”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는 것도 귀찮아 늘 차렷 자세로 무표정하게 사진을 찍는 을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넌 아까부터 왜 그렇게 사진에 집착하냐?”
“UFO 사진은 돈 받고 팔수 있잖아!”
“어쩐지.”


무열은 여전히 강가에 앉아 침울 모드에 빠져있었다. 지난 며칠 내내 이 힘든 자전거 여행에 왜 끌고 왔냐고 투덜대던 을기였지만, 지금은 괜히 공치사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야, 그래도 우리가 4대강 왔다가 그냥 고생만 한 건 아니네. 무열이 덕분에 그 보기 힘들다는 UFO를 다 목격하고 말이야. 웬만한 문화유산보다 UFO 구경이 더 낫지 않냐? 확률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거 아냐.”
무열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니들은 4대강에 유에프오가 뜬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니?”
무열이의 비장한 표정에 순간 긴장한 도완이가 물었다.
“우연이 아니면?”
“피디수첩에서 말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그게 혹시 UFO 아닐까?”
“무슨 소리야, 그게?”
“22조원의 공사비를 들여 4대강 강바닥을 6미터나 판 이유, 그건 UFO의 수중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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