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라는 이름의 불통 – 불통을 고착화하는 언론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언론은 소통의 채널이고 기자회견은 그 중요한 기회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현 정부 역시 연례 기자회견만 진행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대해 소통을 막는 행위라고, 취재 활동에 말뚝을 박는 행위라고 반발했던 기자들은 지금의 소통 부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나마 1년에 한 번하는 기자회견은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을 잘 중재하고 있을까? 작년 기자회견이 이미 짜여 진 각본에 따라 질문도 정해지고 답변도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그대로 읽는 방식으로 진행돼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롬프트도 없애고 자유질문으로 진행할 것처럼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에서 밝힌 대로 질문의 순서는 이미 정해졌고 질문 핵심 내용도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은 모든 것을 극복했다는 대통령의 자화자찬으로 시작돼서, ‘시간도 없고 하니 마지막 질문 받겠다’는 연출 속에 예정된 마지막 질문자의 질문으로 마무리 됐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보충 질문도 반대 질문도 존재할 수 없다. 소통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 전달이었고, 기자들은 전달의 도구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소통을 앞세운 불통 의지는 기자 회견 내내 분출됐다. 청와대 문건 파동과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청와대가 내린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검찰의 ‘과학적’ 수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 인적 쇄신은 없을 것이라 했다. 국민은 오해한 것이고, 찌라시에 놀아난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비판의 중심에 있는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외려 그들을 사심 없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밝혀진 존재라고 칭찬했다. 무결성 논리의 사고구조에 빠져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직면할 수 있음이 이번 기자회견의 중요한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비서실장이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문건의 내용이 아니라 대통령이 몇몇의 인적 장벽에 가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각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장관의 대면보고를 늘리면 어떠냐는 기자의 건의성 질문에, 대통령은 장관들에게는 대면보고가 필요하냐고 물어 보고 기자에게는 청와대 출입하면서도 잘 모르는 모양이라고 면박을 준다. 그 상황에서 대면보고가 필요하다고 홀로 외치는 장관이 정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을 도와주는 장관들을 모욕하고, 질문이 아니라 사실 상 건의하는 우호적인 기자를 놀린다. 프롬프트가 있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통령 불통의 민낯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도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했던 474 공약을 되풀이 강조하는 것에 불과했다.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작년 기자회견에서 한 내용을 올해에도 표현까지 똑같이 반복했을 뿐이다. 노동문제도 그렇다. 열심히 일하고도 정규직보다 적게 받고 일자리를 잃을까봐 마음 졸이는 비정규직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마음씨 여린’ 대통령. 그러나 자신의 정부가 외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알고 있다면 그 이중성이 놀랍고, 모른다면 대통령의 자격이 의심스럽다.

비정규직이 늘어나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외려 시간제 일자리를 중심으로 50만의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자랑한다. 쌍용, 기륭, 스타켐, SKB, CNM, LGU+ 등 곳곳에서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저항이 지속되고 있고 삶은 팍팍해져 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의 답은 물론 없다. 한 겨울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 가며 오체투지를 진행하면서 대통령과 소통하고자 하는 쌍용 해고자와 이를 막아서는 경찰이 대치하는 현실을 알고는 있는지, 문고리 3인방은 이런 사실도 전하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논리 이중성도 여전했다. 세월호 유족 면담을 거부한 것이 국회 논의에 영향을 줄까봐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동안 국회, 검찰의 결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한 두 번인가. 대통령의 책임 전가 논법도 여전했다. 정치권과 대화부족은 야당 탓이고 국민들과 인식 격차는 찌라시 정보 탓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자기 완결성의 환상, 논리 이중성 그리고 가장 소통 부족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뭣 때문일까? 언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소통을 요구하지 않는 언론 탓이 크다. 1년에 한 번 그나마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기자 회견 방식을 수용하는 언론에게 기대할 것이 크지는 않다. 그나마 이번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일부 언론이 소통부족을 지적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하지만 대표 공영방송이라는 KBS 9시 뉴스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국정홍보방송’으로서 끝까지 자기소임을 다했다. 그리고 앵무새처럼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전달하고 설명해주었을 뿐이다. 비판은 수 개의 꼭지 마지막에 구색 맞추기로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대변인의 발언 한 줄 전달했을 뿐이다.

대통령의 발언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에 머물렀던 것은 MBC나 SBS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대통령의 기자 면박에 대해서도 농담으로 치부하는 자기 부정의 모습을 보였다. 채널 A는 올해 기자회견을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꼭지를 만들고 심지어 소통부족을 지적한 기자에게 대통령이 뭘 모른다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고 의미 부여를 합니다. 지상파, TV 조선, 채널A 등에게는 조선, 동아조차도 지적한 소통 부족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자들은 대통령이 제시하는 의제를 넘어선 의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공약인 경제민주화나 복지는 기자회견에도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거의 없었다. 대통령은 소통한 것이 아니라 전달한 것이고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에 질문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전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보도에서 우리는 언론이 변하지 않는 한 사회변화는 무망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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