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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MBC, 경계해야 할 것은?

김서중 프로필 사진 김서중 2014년 11월 19일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나는 MBC를 무척 좋아했다. 뉴스도, 시사 프로그램도 그리고 교양과 오락을 절묘하게 결합한 MBC 표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들도 아주 좋아했다. 상업적 재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공영방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적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그랬던 공영방송이 이제 무너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대참사 당시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불리는 수모를 당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대학생들이 언론화형식을 벌이며 질타했던 것보다 더 크면 컸지 작지 않은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더군다나 언론을 질타한 주체들이 당시처럼 일부 지식인이 아니라 다수 시민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중심에 MBC가 있다.


‘전원 구출’ 오보가 상징하는 바가 중요하다. ‘전원 구출’이라는 아주 중요한 뉴스가 그 정보원에 대한 취재도 없이 이루어졌고, 설사 속보 경쟁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양보하더라도 당연히 즉각 사후 확인이 있어야 했음에도 이에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MBC에서는 ‘전원 구출’이 아닐 수도 있다는 목포 현장 기자들의 첩보가 있었음에도 한동안 무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전원 구출’ 뉴스가 오보임이 드러난 이후에도 상황은 반복됐다. MBC는 해경이 구조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하지만 당시 어떤 이유로든 해경은 구조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럼에도 총력 구출 오보를 내보낸 것은, 현장에 있다던 기자들이 사실상 구조 현장 가까이에 있지 않았거나, 데스크가 의도적으로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현장 전언을 무시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오보인 것이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의 인터뷰 중 ‘해경 구조대원이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선내로 진입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존재했음에도, 이 부분만 빼고 내보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결국, 해경의 잘못된 구조 행태를 바로 잡을 기회를 방기했다. 대참사의 또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심지어 박상후 전국부장은 잠수사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사고를 불러왔다며 유가족을 공격하는 해설을 직접 내보내기도 했다. 박상후 부장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다. 그런데 외려 몇 달 후 그는 승진한다.


세월호 보도 등으로 인해 사장 교체를 겪은 KBS와 달리 MBC는 흔들림이 없이 ‘망가지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다른 지상파에 비해 밀리지 않는 시청률을 근거로 MBC가 굳건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기업으로서 MBC는 몰라도 언론으로서 MBC는 쇠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뉴스 신뢰도, 영향력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과거 MBC의 신뢰를 구축해온 훌륭한 언론인들을 그들의 전문성과 무관한 부서로 전환 배치하여 ‘현장’에서 쫓아냈다.


또 공정성을 위해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해야 할 뉴스 부서에 사업부를 신설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프로그램의 질 저하 이전에 MBC에 대한 신뢰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한국 방송을 선도했던 MBC가 지금의 현실에 이르게 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정부의 방송 장악 결과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KBS, YTN 등과 더불어 MBC에 대한 정부의 장악이 이루어졌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여당 측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사장 교체, 그렇게 등장한 김재철 사장 이후 해직 등 강력한 징계, 단체협약 일방 해지 등 집요한 노조 공략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단협 일방 해지는 매우 중요하다. MBC의 단협에는 언론 MBC의 자율성을 보장했던 공정 방송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국장책임제와 국장 보직변경 요구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줄곧 ‘편파 방송’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공영방송을 공격했다. 정권을 잡은 지금 공영방송 장악이 권력 유지의 관건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박재완 국정기획 수석이 공개적으로 “KBS의 사장은 방송 중립성 측면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적극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공영방송 특히 MBC의 쇠락은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가장 경쟁력 있는 언론인을 현장에서 내쫓는 정권에 취약한 MBC를 보면서, 혹 이럴 바에는 상대적으로 좀 나아 보이는 SBS처럼 사영방송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지 않을까? 소위 민(사)영화 주장이다. MBC 구성원들 사이에서까지 민영화론이 꿈틀거릴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 방송정책 중 하나는 분명 MBC 사영화였고 여전히 유효한 카드일 것이다. 2009년 미디어 관련법들을 개악하면서 지상파의 지분을 대기업이나 신문들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에는 당시 박근혜 후보를 위해 정수장학회를 지렛대로 한 사영화 음모가 있었다.


MBC 사영화는 보수 정치권력으로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일 수 있다. 아직도 MBC는 자본에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다. 반면 자본의 소유는 정권이 직접 통제할 수 없지만, 보수 정치세력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언론사의 출현을 의미한다. 정권의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군의 출현인 것이다. MBC의 추락이 MBC 사영화론을 겨냥하고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MBC의 해법은 오직 공공성 강화에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