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년팔이’는 이제 그만…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이 반드시 정기국회(12월 9일)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에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고 노동 5법도 연내 처리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삼권 분립이 보장된 나라에서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불러 조속한 법안 처리를 주문한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이 법들이 처리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7월에 정부가 발의한 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을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영역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 교육, 철도, 사회서비스, 유통, 금융, 관광 등 모든 서비스 분야가 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안 자체가 헌법상 ‘포괄적 위임 입법 금지’(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행정기관에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공공서비스민영화 법안”

법안의 핵심 내용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5년 마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는 것입니다.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도록 했습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법안을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법안’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에 사회공공서비스 영역이 다 포함됩니다. 법에 민영화라는 문구는 없습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의료민영화를 비롯해 모든 서비스 영역을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재부 장관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이 되고, 기재부가 그리는 산업 발전 정책을 각 행정 부처가 집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시스템을 경제 부처의 논리대로 정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사회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겠다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사회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겠다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법안, 바로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 5법(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개정안)입니다. 여야는 지난 2일 새벽 정기국회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하면서 노동 법안의 경우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임시국회의 시기도 못 박지 않았고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고, 환노위 위원장도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청와대까지 불러 다시 한 번 법안 처리를 강조했으니 여당이 어떻게든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동 5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입니다. 원래 기간제법의 핵심 취지는 사용기한이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개정안은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리자는 겁니다.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업무를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 종사자, 제조업인 뿌리산업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입니다. 파견노동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파견업체가 끼어 있는 것으로 또 다른 유형의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업무는 32개 업무로 한정돼 있는데 새누리당안이 통과되면 파견허용업무는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향후 파견업무는 32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개 업무만 빼고 전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런 법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안정법’, 파견법은 ‘중장년 일자리법’이라고 이름을 다시 붙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상은 청년도 비정규직, 중장년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죠.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문제입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인데요. 기존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보험에 가입했어야 하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24개월 간 270일 이상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고용기간이 길지 않은 비정규직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

박근혜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노동 5법 처리를 주문하면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법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정작 이 법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며칠 전 30대 명예퇴직이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새로운 고용관행을 꼬집는 말로 청년의 고용 불안정을 보여줍니다.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어떻게 청년을 위한 것입니까. 민영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악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합니다.
– 8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전형적인 ‘청년팔이’ 정부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신림과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좋은 일자리는 안 만들고 현재 있는 일자리마저 안 좋게 만들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실업수당을 받기 어렵게 하는 법안이 어떻게 청년을 위한 것입니까.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 8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장재만 청년광장 집행위원장

▲ 8일 오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노동악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촉구' 범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8일 오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노동악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촉구’ 범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노동법안 입법을 촉구하는 1인 단식 릴레이 시위를 언급하며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되어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라는 다소 생소한 단체에서 지난 1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동 5법 처리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네요. 이런 생소한 단체의 1인 시위까지 파악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11월 14일 13만 명, 12월 5일 5만 명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노동개악 반대를 외쳤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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