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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수갑때문에 손목 장애, 국가가 배상해야”

조현미 프로필 사진 조현미 2016년 01월 06일

기자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20일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할 때 뒷수갑을 채우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사례로 대구에 사는 김 모(61)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 관련 기사 : 수갑피해 속출…경찰은 ‘뒷수갑’ 역주행


김 씨는 2014년 2월 대구의 한 모텔에서 소동을 벌이다 대구서부경찰서에 연행됐는데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 체포됐다. 김 씨는 처음부터 전날 술을 함께 마신 후배가 술에 약을 탄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를 구속기소 하려고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건 당일 김 씨는 대구서부경찰서에서 유치장이 있는 대구성서경찰서로 이송됐는데 보호유치실에서 엎드린 상태로 양팔을 벌린 채 수갑에 채워져 있다가 자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뒷수갑이 채워진 채 12시간 동안 방치된 김 씨는 오른손의 근육과 신경이 괴사하는 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결국 7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 장시간 뒷수갑 착용으로 부상당한 김 씨의 오른손. ▲ 장시간 뒷수갑 착용으로 부상당한 김 씨의 오른손.

사건 당시 김 씨는 허리 척추가 부러져 철심을 박는 수술까지 받았다. 이를 두고 김 씨는 대구성서경찰서 보호유치실에 엎드린 상태로 수갑을 차고 있을 때 경찰들이 위에서 수차례 제압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모텔에서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을 당시 입은 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먼저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이용희)은 2015년 7월 김 씨의 필로폰 복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임의동행 당시 경찰이 김 씨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 1차 소변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으나 김 씨의 퇴거 요구를 거부하고 2차 소변검사를 요구한 점 등을 인정해 "이 사건의 임의동행은 위법한 강제연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변 채취동의서와 시험성적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위법행위를 기초로 해 수집된 증거”라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씨가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 관련 칼럼 : 경찰 수갑에 장애…무죄됐지만 보상은 막막 



검찰, 팔은 안으로 굽는다?


김 씨는 당시 담당 형사들을 독직폭행(형사 피의자에게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하는 것)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담당 형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검찰 조사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주장이 다를 경우 통상적으로 추가 조사를 하지만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독직폭행 사건 수사 중간에 독직폭행 고소 건이 김 씨의 필로폰 복용 혐의를 수사하는 검사에게 배당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이 자신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경찰을 독직폭행 건으로 입건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고소인 측에서 이에 항의하자 담당 검사는 다시 바뀌었지만, 며칠 후 경찰의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법원도 김 씨의 주장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어떤 피해를 봤는지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도 얻지 못했고 형사들 역시 법정에서 신문 받지 않았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


김 씨와 아들이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김 씨가 일부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민사 12부 부장판사 박치봉)은 2015년 12월 17일 국가가 김 씨에게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수갑 등 장비를 사용할 때 피해를 최소한도로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수갑을 뒤로 채우고 12시간 동안 누워있게 해 구획증후군 등 상해를 입게 했다”며 경찰의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과실에 따른 위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 경과실에 따른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보아 경찰 개개인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손목만큼이나 부상 정도가 심했던 허리 골절의 경우 모텔에서 떨어지면서 당한 부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모텔에서 떨어져 허리가 골절된 것이라면 어떻게 김 씨가 임의동행 과정, 성서경찰서 보호유치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멀쩡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던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약 모텔에서 떨어져 허리가 골절됐다면 보호유치실에서 4~5명의 경찰이 엎어져 있던 김 씨의 허리 등을 수차례 제압하며 누른 행위는 김 씨의 부상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큰데도 법원은 이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았다.




▲ 2014년 2월 대구성서경찰서 보호유치실에서 김 씨가 경찰에게 제압당하는 모습이 담긴 CCTV. ▲ 2014년 2월 대구성서경찰서 보호유치실에서 김 씨가 경찰에게 제압당하는 모습이 담긴 CCTV.

독직폭행 사건을 대리한 정재형 변호사는 “하급심 판례들을 쭉 검토해보니 경찰관과 관련된 폭력 건은 인정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이는 국가, 특히 경찰 권력이 국민을 다치게 했다는 것을 인정해주기 싫어하는 풍토가 법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국가, 특히 경찰력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어떻게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