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에게 찾아온 경찰은 정보관 뿐…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논에 직사하면서 물을 쏟은 장면을 보고 농민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경찰은 아무렇지 않게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를 가했습니다. 농민이 쓰러질 것이라는 사실을 경찰들만 몰랐을까요. 아플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일까요.
– 김인한 천주교 부산교구 신부. 2016.1.29 경찰청 앞 기자회견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2일로 81일째에 접어들었다.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을 IS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경찰은 지금까지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백남기 씨가 깨어나길 바라는 가족과 농민들의 마음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제까지 백남기 농민을 찾아온 경찰은 정보관뿐이었다고 한다.

▲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가톨릭농민회와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두 달이 넘도록 사과하지 않고 있다.
▲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가톨릭농민회와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두 달이 넘도록 사과하지 않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 농민들은 대통령의 공약인 쌀값 21만 원(한 가마니 80kg)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경찰은 예순아홉 살 농민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직사해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백남기 씨의 가족과 농민 단체들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을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인 조사만 한 차례 진행했다. 경찰이 수백 명이 넘는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빠는 77일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고요. 계속 의식이 없으신 상태이고 모든 것을 약물과 기구에 의존하고 계신 상태입니다. 아빠가 평소에 건강하셔서 이만큼 버티시는 거라고 의사 선생님들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빠가 너무 억울하셔서, 사과를 받지 못한 게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버티고 계신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이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가해자는 경찰이고 피해자는 저희 아버지이십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와 있는데 왜 지금까지 경찰청장과 대통령은 사과를 안 하는지 모르겠고,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핵심적인 인물인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자리를 지키고 뻔뻔하게 앉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은 빨리 사과하시고 경찰청장 파면하고 검찰은 빨리 수사를 해주셔서 관련된 사람들을 법원에 기소하시길 부탁합니다.
– 백남기 씨 딸 백도라지 씨. 2016.1.29 경찰청 앞 기자회견

살인적 진압에 대한 책임은커녕 담당 경찰은 승진했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일 현장 지휘 실무자인 이상철 서울청 경비부장은 치안감으로 승진해 서울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기창 교통지도부장 역시 승진해 경기청 1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급기야 정부는 ‘쌀값 21만 원’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적 없다는 뻔뻔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한겨레에 실린 한 기고문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18대 대통령 선거 농업 관련 공약에 쌀값 21만 원을 약속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12월 29일에 낸 설명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12월 29일에 낸 설명 자료.

정말 그럴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도하개발어젠더(DDA)가 타결되면 국내 쌀값(80kg)이 13만 원대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한 장의 사진을 보도자료에 첨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현수막이었다.

▲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현수막. 박완주 의원실 제공.
▲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현수막. 박완주 의원실 제공.

‘농민이 행복한 새누리당 진심, 쌀값 인상 17만 원을 21만 원대로’

새누리당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자료대로라면 새누리당의 현수막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바보 국민’이 될 것 같다. 정당과 정부가 국민을 배반한다 해도 백남기 씨의 가족과 농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30년 전 밀 농업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25년 전 선배들은 밀 재배를 시작했고 올해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밀은 엄동설한을 거쳐 2월, 3월에 새싹이 돋아납니다. 밀 농사짓는 농민을 저렇게 눕혀 놓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입니까. 정부가 포기해도 우리는 밀 농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00만 농민, 5천만 시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 이정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2016.1.29 경찰청 앞 기자회견

대통령과 경찰이 사과할 때까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 이새나

    끝까지 추적해서 지속적인 기사 내어주세요.
    사람들이 잊지않도록.
    잊어서는 안될 국가적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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