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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벼랑끝으로 모는 박근혜 대통령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5년 03월 30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서울 등 수도권의 전셋값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는 데 이어 매매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전세시장에 머물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던 시민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매매시장으로 들어오는 탓이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금 매매시장에 들어오는 이들 중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지닌 이들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한사코 전세시장에 남길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매매시장에 들어오는 이들이 원하는 건 오직 안정적으로 살 집이다.


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뚜렷해진 주택거래 증가세…집값 밀어 올리나-한겨레신문) 박근혜 대통령은 안도할 것이다. 마침내 박근혜표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는 지주와 건물주와 건설업체만 보이고, 주거난에 피눈물을 흘리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데다가(1, 2월 주택담보대출 작년의 8배 폭증…-한국일보), 최근의 경향을 보면 주거의 질도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다가구로 나빠지고 있다(뚜렷해진 주택거래 증가세…집값 밀어 올리나-한겨레신문).


게다가 국민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은 1,100조 원을 넘어섰고,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500조 원에 육박한다(500조 빚내서 '집값 띄우기'에 성공하나-세계일보). 박근혜 정부의 극단적인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 일으키고 있는 재앙적 상황 가운데 하나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주거비를 마련하느라 빚 폭탄에 시달리고 그러다 보니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할 여력이 전혀 없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표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경기부양이고, 박근혜표 부동산 경기부양의 핵심은 '최소주의적 전세대책을 통한 집값 떠받치기'다. 이런 토끼몰이식 집값 떠받치기가 단기적으로는 먹힐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폭증하는 가계부채,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전셋값, 오히려 오를 기미를 보이는 주택가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의 유지, 양질의 일자리와 실질소득의 증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앞에 열거한 조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충족되기 어렵다.


머지않아 미국의 연준(FRB)이 버블의 선제 예방차원에서 기준금리를 과격하게 올릴 것이라는 건 이미 정설에 가깝다. 양질의 일자리는 증가는 커녕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실질소득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난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떨어질 것이다(생산가능인구 비중 내년 정점 후 하락…잠재성장률에 타격 - 연합뉴스). 객관적 조건이 이럴진대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전셋값에 기초한 박근혜표 집값 떠받치기가 중장기적으로 유효할 리 만무다.


박근혜표 집값 떠받치기 방정식이 파산한 후 남는 건 천문학적 가계부채와 가처분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 및 전셋값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균열을 일으키고 그 균열이 금융과 실물 부문에도 번질 경우 그 감당은 누구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다음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 남긴 잔해더미를 치우다 임기 대부분을 보낼지도 모른다.


끝으로 전세난의 한복판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전세시장에 쓸만한 매물을 찾기 힘들고 월세는 부담이 크니 매매를 통해 집을 마련할 유혹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빚을 내 집을 사들이는 건 절대 금물이다. 설사 부담이 더 되더라도 당분간은 월세부 전세에서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그 여파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나서 매매시장에 들어갈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혹독한 인내의 시기다. 이를 악물고 견뎌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