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은 노무현, 사랑받는 박근혜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나 부동산이 문제다. 부동산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정권의 지지율이 출렁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참여정부 당시를 복기해 보면 된다.

노무현이 대통령이었을 때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들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 유동성 과잉 탓으로 버블 세븐 위주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이 당시는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기에 주거의 안정성이 위협받지는 않았다. 버블세븐과 인근 지역 이외의 주택 가격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블세븐 지역과 그 인근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시민들중 상당수가 심리적 박탈감에 노무현을 미워했다. 버블세븐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종부세 때문에 노무현을 저주하고 증오했다. 노무현은 최선(과잉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걸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는 LTV 및 DTI의 선제적 도입에 실기한 건 분명 실책이었다)을 다하고도 증오와 저주의 대상이 됐다.

박근혜의 경우는 노무현과 정반대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사상 최초로 72%을 넘고,평균 전세가가 2억원을 넘어도(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2% 넘어…평균 전세가 2억 120만원대<매일경제>), 심지어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곳이 속출하고 매매가의 턱 밑까지 전세가가 올라와도([전세 매매 역전시대]곳곳에 ‘전세 버블’…‘렌트 푸어’ 경고음<헤럴드경제>)이를 박근혜탓이라고 하는 언론이나 시민들을 찾기는 힘들다.

물론 지금의 극심한 전세난은 시장 참여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 저금리 기조,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 등의 요인이 뒤섞여 전세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늘어난데서 기인하는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 쉽게 말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다 보니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매매시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전세시장에 머물려고 하다 보니 수급에 극단적인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살인적 전세난이 지속되는데에 정부가 기여(?)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작금의 전세난은 정부가 능히 예견할 수 있는 현상이었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마땅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전세난에 대한 대비를 하기는 커녕 집값을 떠받히기 위해 LTV(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하는가하면 저금리 기조를 계속 고수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임차인들이 집을 매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적극 유도했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유의미한 전세대책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결과 집값은 집값대로 들썩이고 전세가격도 하늘로 치솟는 파국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집이 없는 사람들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빚내 집을 사거나 빚내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그것도 못하겠으면 소득 중 상당액을 월세로 꼬박꼬박 집주인에게 바치거나. 상환해야 할 원리금은 고스란히 가계소득을 빼앗아간다.

이게 모두 이명박과 박근혜 치하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 재임시에는 대한민국이 전세지옥으로 확실히 변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2년 4분기만 해도 가계소득은 5.4% 증가한 반면 전세가격은 2.3% 올라 소득 증가율이 전셋값 상승세를 확연히 앞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지난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적게는 2.7배에서 많게는 7.4배 가량 높았다.(‘미친 전·월세’…살 곳이 없다.<경향신문>)

지금 박근혜 정부는 유례 없이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창조적이게도 박근혜 정부는 조세정책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공할 재분배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단 재분배의 방향은 집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특히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들썩여 좋고, 전세가격이 폭등해 좋고, 금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월세 소득을 올려 좋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집 가진 사람들을, 특히 다주택자들을 돕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집부자들이 불우이웃이 됐는지 모르겠다.

노무현이 대통령이었을 때는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박근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탓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크게 다행한 일이겠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보다 더한 불행이 없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뉴스타파 블로그 회원가입을 통하여 뉴스타파 블로그에 합류하세요! 블로그 가입하기 | 자주 묻는 질문
뉴스타파 객원칼럼은 뉴스타파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