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인가? 해븐조선인가?

최인석의 ‘강철무지개’를 읽었다. ‘강철무지개’는 2100년 경의 미래를 다룬 소설이다. ‘강철무지개’는 정보기술혁명의 과실이 극소수에게 전유되고,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변변한 일자리도 얻지 못한 채 죽지 못해 사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국가는 한없이 무력한 대신, 기업은 사실상 국가로부터 주권을 양도 받아 에너지돔이라는 이름의 도시를 다스릴 만큼 힘이 세다. 이 소설의 무대는 대한민국이다. 소설 속의 북한은 갈기갈기 찢긴 상태에서 여러 나라가 분할 통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디스토피아에도 사랑이 있고, 희생이 있고, 성스러움이 있고, 저항이 있고,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고, 혁명의 기운이 있다. 하지만 국기기관과 언론과 기업을 장악한 채 사익추구에 골몰하는 특권과 두동맹의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시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체제를 전복시킬 세력의 조직은 더디다. 심지어 소설 끝에 나오는 에너지돔의 폭파는 내게 히틀러 나찌의 지배를 한결 공고하게 만든 제국의사당 방화사건을 연상시켰다. 기업사회의 상징이라 할 에너지돔 폭파가 정작 더 강력한 반동의 계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설은 음울했다.

사정이 정말 심각한 건 ‘강철무지개’가 단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의 혁명이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강철무지개’ 속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력을 기계가 대체하는 방식이었다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혁명은 인간의 두뇌와 언어를 기계가 대신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제2의 기계시대가 도래하면 현존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소멸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줄어드는 일자리를 도저히 상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사회,경제 구조가 온존하는 한 실업은 죽음을 의미한다.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나는 부는 이재용 같은 자들이 독식할 것이다. 예컨대 이재용 같은 자들은 1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을 갖게 될 것이다. 사회는 이재용 같은 자를 정점으로 하는 특권과두동맹이 전일적으로 다스릴 것이고, 실업자가 된 시민 대부분은 노예처럼 연명하거나, 범죄의 수렁에 빠지거나, 민란이나 소요를 일으킨 뒤 빠르게 진압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치를 통해 사회경제구조를 바꾼다면 우리는 성현들이 꿈꾸던 유토피아에서 살게 될 것이다. 예컨대 생계를 해결해야하는 노동에서 해방돼 지대 등에 중과세를 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받으며 여행하고, 시 쓰고, 그림 그리고, 정당활동을 하는 자유인들의 연합체가 도래하는 것이다. 우린 선택해야 한다. 낙원에서 자유인으로 살 것인가? 지옥에서 불가촉천민으로 살 것인가?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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