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최근 벌어진 일 가운데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둘 있었다. 하나는 유승민 조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국무회의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말한 사건이다. 두 사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복수심’과 ‘권력에의 의지’이다.

감히 건강한 보수정당 건설의 꿈을 꾼 반역자 유승민에게 박근혜는 조화를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응징했다. 망자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유구한 전통이지만, 박근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승민을 갖은 모욕과 핍박 속에 원내대표 자리에서 축출한 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복수심은 핵심인데, 비극은 박근혜의 복수심이 언제나 사적이라는 데 있다. 박근혜는 선친을 비판한 자, 자기의 뜻을 거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이 없는데, 그건 완전히 사적인 영역이다. 박근혜의 눈치를 보느라 유승민 선친의 빈소를 찾지 못하거나 조문을 마치자마자 금방 자리를 뜬 여당 의원들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이 절대왕정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같다. 절대왕정 시대에는 단지 반역자와 친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일찍이 이토록 뻔뻔하고 노골적인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찾아보기 힘들다.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한 박근혜의 발언 말이다. 최소한의 분별력이나 수치심조차 찾을 길이 없는 박근혜의 발언을 통해 박근혜가 얼마나 권력을 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박근혜가 말한 “진실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근혜의 아성이라 할 대구를 보면 ‘진실한 사람’의 면모가 극명히 드러난다. 대구 선거구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유승민을 포함해 대략 5명인데 이들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지역구에는 최근까지 선거관리 주무부처장이었던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재만 전 동구청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래픽 뉴스] 4·11 총선 끝나면 대구는 ‘친박 천하’? – 한겨레) 박근혜가 말한 “진실한 사람”은 박근혜에게만 충성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권력만을 사랑하고 탐한다. 비극은 박근혜에게 권력은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듯 권력을 사랑하는데 그게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에겐 권력의 획득과 독점과 사적 행사가 존재형식이자 이유다. 물론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상징되듯 선친 박정희의 완벽한 복권을 위해서 권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박근혜는 사적 복수심과 권력에의 의지로 완전 무장한 채 대한민국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미덕과 장점 가운데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채 유신 시절에 정신과 감정이 유폐된 박근혜는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대한민국을 겨울 공화국으로 만드는 중이다. 집권 과정에 치명적인 흠결이 있는 박근혜는 특권 과두 동맹과 폭압 권력기구, 비대언론, 유사파시스트 단체의 강력한 엄호사격과 유권자의 40% 가까운 박정희교 신도들의 광신적 지지를 받으며 대한민국을 유사파시스트 나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다음 총선과 대선을 통해 고장 난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박근혜를 저지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알 수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진보,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은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박근혜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에 결사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를 방해하거나 장애가 되는 자들은 박근혜 정권에 부역하는 자들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치가 출현하기 직전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위태롭다. 위기에 빠진 조국을 위해 나서야 한다. 방관하거나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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