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한 최경환표 부동산정책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핵심이 부동산정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국민경제를 지탱하려 하고 있다. 최 부총리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되게 매매위주인 것은 그 때문이다. 정작 오래전부터 중산층과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건 임대차 시장의 극심한 불안인데도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전임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거의 해체시켰다. 최 부총리는 거기에 한술 더 뜨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관리 완화(은행·보험사에선 수도권 50%, 지방 60%,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선 70%가 적용되고 있는 LTV 규제를 70%로 단일화하고 내년부터는 자율화, DTI도 하반기 60%로 완화한 뒤 내년부터는 폐지), 재건축 가능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재건축 안전진단시 주거환경비중 강화(현재 15%에서 40%로 상향)·재건축시 85평방미터 이하 의무건설 비율 완화(연면적 기준 50%폐지)·공공관리제 개선(주민과반 찬성시, 사업인가 이전에 시공사 선정 허용)·재개발시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세대수의 20%이던 현행 쿼터를 15%로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건축 규제완화, 민영주택 85평방미터 이하 가점제(40%) 2017년부터 지자체 자율운영·가점제 개선(소형저가주택 기준완화, 유주택자 중복차별 규정 폐지)·청약통장 유형 단순화 등의 내용을 담은 청약제도 개편, 전매제한기간(2~8년→1~6년) 및 거주의무기간(1~5년→0~3년) 각 단축 등이 최 부총리가 시장에 던진 부동산 정책들이다.

초이노믹스에 담긴 부동산 대책들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빚을 더 많이 더 쉽게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할테니 집을 사라’정도가 될 것이다.

아마도 최 부총리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략 이럴 것이다.

구매력 있는 시장참여자 등이 주택을 구매 → 주택매매가격 상승 및 주택 거래량 증가 → 부의 효과(자산가 계급의 경우) 및 부채 축소(하우스푸어들의 경우)로 인한 가처분 소득 증가 →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 경제성장률 상승

최경환 부총리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거래량이 우상향하는 시장상황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쉼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어온 지금까지의 시장상황이 비정상이며, 부동산 시장을 규정짓는 장.중.단기 요소들은 이런 비정상 상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도 최 부총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9월 기준 전년 대비 50%이상 증가했지만, 주택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의 매매가격이 최 부총리가 전방위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경기 부양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 상승세는 완연히 꺾인 상태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전세금 상승폭은 10월이 9월에 비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전세금은 감정원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2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아득하게 추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7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10월 전국 주택 시장동향 조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률은 4.05%로 매매값 상승률(0.97%)의 4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도권도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초이노믹스에는 사실상 전세 대책이 없다. 초이노믹스에 존재하는 건 오로지 매매대책뿐이다. 초이노믹스는 전세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매매시장으로 견인해 집값을 끌어올리고, 전세수요를 줄여 전세난을 완화하려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정부가 대출을 권장하다보니 가계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주택담보대채비율 및 총부채상환비율 합리화 이후 가계대출 동향’을 보고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팀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후 약 2개월 동안 가계대출이 11조원 급증했다고한다. 그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8조3천억 원이다.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구입에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9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중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은 48.4%에 불과했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들의 절반 이상이 이를 생활비나 채무 변제, 주택임차료 지급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040조원을 기록 중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감내해야 했다. 그건 지금의 상황과 조건에서 중력의 법칙과도 같다. 전세난민은 도외시 한 채 집값 떠받치기에만 급급한 최 부총리의 부동산 정책은 보다시피 완전히 실패했다. 정책실패에 시장은 가혹하게 복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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