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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3년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5년 12월 18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이제는 너무나 분명해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 있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단연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컨텐트를 의심받던 박근혜는 대통령이 된 이후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출범과 동시에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선거개입으로 정통성이 위협받던 박근혜 대통령은 놀랍게도 경제민주화 등의 선거공약을 깡그리 무시했다. 애초 선거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 이후의 과정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과 같다. 정치와 사회부문은 내전상태로 돌입했고, 휘청대는 경제는 재벌과 자산가와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법과 국가기관은 급격히 사유화되었다. 십상시로 대표되는 폐쇄적 리더쉽과 공포정치의 일상화, 법과 국가기관을 동원한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억압은 박근혜 대통령의 상징이 됐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잘 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나는 찾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권력의 장악과 권력의 독점과 권력의 행사다. 박 대통령이 잘하는 것이 또 있긴 하다. 국민 이간질과 국회 탓하기와 야당 공격하기와 노조 악마화. 불행히도 박 대통령이 드물게 잘하는 건 대한민국에는 유해하다.


능력이나 식견은 바랄 수 없더라도 여성 특유의 따뜻한 마음만은 박 대통령이 지니길 바랬다. 허망한 기대였다. 박 대통령에게는 절대왕정의 제왕들에게도 찾아 볼 수 있던 애민(愛民)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가여운 백성을 긍휼이 여기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더라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들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의 위로를 받아야 할 세월호 유족들이 투사가 되어 거리를 헤매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미덕이나 장점이라곤 도무지 찾을 길이 없는 대통령을 둔 대한민국의 처지가 불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인반신(?)박정희의 정치적, 생물학적 딸이 아니었던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와 박근혜의 관계는 비유하자면 '신과 제사장' 혹은 '신과 영매'의 관계다. 이들은 심리적 탯줄로 강고하게 연결돼 있고, 박근혜교 신도들은 부녀에게 열렬히 호응한다. 그리하여 삽시간에 대한민국은 신정일치 국가로 이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년 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국사회 전 영역에 걸쳐 반동의 파도가 세차게 일고 있다.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면서 추진되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프로젝트는 그 백미다. 본디 역사해석의 독점은 독재자 혹은 전체주의자의 꿈이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김일성도 역사해석을 독점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과거 독재자와 전체주의자가 걸어갔던 길을 빠르게 뒤따르는 중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프로젝트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40퍼센트를 가볍게 넘는다. 나는 이 현상에서 플라톤 이래 성현들이 염려했던 중우정치의 그림자를 본다. 지도자가 무슨 짓을 해도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승인하는 정치체제는 파시즘의 다른 말이다. 이제는 저 멀리 사라졌다고 믿었던 파시즘이 한국사회에 귀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야만과 짐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