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마지막 도박

단도직입으로 묻자. 안철수의 마지막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객관적으로 보면 가능성이 낮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출범 당시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반 토막 난 상태고, 더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은 멈췄으며, 안철수의 대선주자 지지도도 문재인에 아득히 미치지 못한다. 엄청난 보조금이 지급되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국민의당’은 안간힘 쓰고 있는데 그게 그리 쉬울 것 같진 않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선거를 치를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 물론 안철수가 엄청난 자산가인 만큼 안철수가 사재를 털면 일은 쉽게 풀리겠지만, 안철수가 그렇게까지 올인할지는 미지수다.

나는 안철수를 보면 참 안타깝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오로지 안철수에게만 주어졌던 기회들을 철저히 걷어찬 것이 바로 안철수 자신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겐 최소한 세 번의 정치적 기회가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국면과 대선 국면과 대선 이후 독자창당 준비 시기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국면에서 박원순에게 후보를 과감히 양보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문제는 대선국면이었다. 만약 안철수가 대선 국면에 일찍 창당했더라면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선거의 여왕이자 한국정치지형에서 유일한 상수인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박근혜를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하게 압도한 건 안철수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너무 주저했고, 너무 늦게 출발했다. 최악은 단일화 과정에서의 우유부단함과 단일화 이후 관망하는 자세였다. 안철수가 조금만 준비가 되었더라면, 조금만 과단성이 있었다면 지금 청와대의 주인은 박근혜가 아닌 안철수였을 것이다.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라 할 때 안철수의 창당은 실기의 연속이었다. 안철수는 창당을 한번 추진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민주당과 합당했다, 또다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 창당을 강행하고 있다. 창당 준비도, 민주당과의 이별도 모두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는 실체 없는 신기루 같다. 정치적 욕망만 가득한 야심가들이 모여든 ‘국민의당’의 앞날이 순탄할 것 같지도 않다. 집중되지 않은 무력(武力), 조직되지 않은 무력(武力), 계통과 체계 없는 무력(武力)은 완벽히 무력(無力)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지금 마지막 도박을 걸고 있다. 안철수에게 왔던 무수한 기회들을 모두 날린 채. 하지만 너무 늦었다. 결정적으로 비루투(Virtu)가 없는 리더에게 포르투나(fortuna)는 무의미하다. 마키야벨리는 운명의 여신은 능력를 갖추고 준비된 사람에게만 안긴다고 보았다. 안철수는 마키야벨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실증하는 사례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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