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포기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친다. ‘민생’은 박 대통령의 전가의 보도 같은 것인데 박 대통령은 야당을 언제나 ‘민생’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는 자들로 프레이밍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말하는 ‘민생’은 말뿐이다. 박 대통령이 외치는 ‘민생’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민생’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전셋값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와 비교할 때 박근혜 정부 3년간의 전셋값이 무려 11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난 18일 부동산 시장분석 업체 부동산인포는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분석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박근혜 집권 3년간 전셋값 변동률이 무려 18.16%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1.66%)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상승률이다. 박근혜 정부 전임 정부인 이명박 정부(15.54%) 때와는 어금지금하다(朴 18.16%> 李 15.54%> 盧 1.66% – The Scoop).

중산층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의 실체는 주거비용이 압도적이다. 매매가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심리적 박탈감을 높이는 등 해악이 크지만, 전셋값이 안정돼 있기만 하다면 민생의 근간이 흔들리진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는 ‘민생’에 완전하고도 철저히 실패한 정부다.

물론 전셋값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은 집값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공감대 형성, 저금리 기조,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 등으로 인한 도심 주택의 대규모 멸실, 전세에서 월세로의 급속한 전환 등의 요인이 뒤섞여 진행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다 보니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매매시장에 들어가기보다는 전세시장에 머물려고 하다 보니 수급의 극단적인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전세 난민 창궐에 책임이 없는가? 전혀 아니다. 이미 주택시장의 지금과 같은 구조적 변화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매매시장에는 신경을 끄고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 공급하는 것과 같이 전세난을 완충시킬 장치들을 마련해야 했다. 그건 정부의 의무다. 불행히도 박근혜 정부는 그런 의무를 방기했다. 대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집값 떠받히기 정책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계승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세지옥이다.

‘민생’의 핵심은 주거비고 주거비의 몸통은 전셋값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값 떠받히기에 올인하면서 사실상 ‘민생’의 핵심인 전세안정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고도 ‘민생’을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면서 야당을 겁박하고 시민들을 현혹시킨다. 하지만 누구도 역사의 엄정한 평가를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역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민생’을 포기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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