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으로 두말하는 박근혜 대통령

먼저 아래 발언들을 감상하자.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 “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 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총선 일정으로 기업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박 대통령 “경제위기” 경고 … 여권선 “비상 입법” 목소리)

“최근 경제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대외 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만큼 하고 있는 것은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 “수출은 1월보다 감소폭이 줄어들었고 소비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류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고용도 청년층 고용률 증가와 함께 전체 취업자 수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 “경제, 이 정도면 안 나빠”)

짐작했겠지만 두 발언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 ‘경제 위기’를 운위하던 건 작년 12월 14일이고, ‘생각했던 것 보다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한 발언은 3월 7일이다. 불과 3개월만에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을 벗어나 호전되는 마술이 벌어진 셈이다. 마술사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다.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이 갑자기 호전될리 만무다. 바뀐 건 경제가 아니고 경제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관점이다. 경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점이 왜 급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황은 있다. 박 대통령은 작년 12월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을 자기 구미에 맞게 통과시키지 않는다며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경제위기’론은 그 때 등장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는 박 대통령의 평가는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가 현정권의 경제실정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천명한 직후 나왔다.

그런데 경제는 정말 생각보다 괜찮은걸까? 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우군이라 할 전경련의 평가가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전경련에 따르면 산업·수출·소비 등 경제 분야 10대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즉 전경련이 6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가동률 △기업 매출액 증가율 △수출 물량 △수출 단가 △수출 경제성장 기여도 △민간 소비 증가율 △노동생산성 증가율 △소비자심리지수 △국내 총투자율 △핵심 생산가능인구(25~49세) 증가율 등이 모두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0대 지표 모두 마이너스…구조적 침체로 경제기반 `흔들`)

‘최근 경제상황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평가가 순식간에 무색해진다. 국정을 선거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대통령을 둔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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