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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창조자해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4월 04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일찍이 이런 창조자해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한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결정 말이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듯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조치는 북한에는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하는 반면(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핵 개발에 대한 억제는 언감생심이다), 대한민국에는 재앙에 다름 아니다. ("개성임금으로 핵개발? 가능성 거의 없어 근로자 쌀 구입비 계산해 봤더니...")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결정을 내린 이후 주식시장은 완전히 초토화되고 있다. 시장은 개성공단이 한반도 안보의 마지막 안전핀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의 결정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과 연관기업들의 줄초상도 기정사실이다. 이 기업들에 대한 손해액 상당의 보상이 정부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회의적이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박 대통령의 어리석은 결정에 왜 피같은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적에게는 아무 상처를 주지 못하고 아측에만 출혈을 요구하는 이런 식의 창조자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듣도 보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할까? 예컨대 개성공단 덕분에 북한의 정예 기갑부대와 기계화부대가 개성공단 뒤로 한참 물러나 기습의 잇점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한 사실을 박 대통령은 알까? 모를 것이다.


알고도 총선 승리를 위해 개성공단에 대한 사실상 폐쇄결정을 내렸다면 박 대통령은 역사에 죄를 지은 셈이다. 몰랐다고 해도 역사적 죄가 가벼워지진 않는다. 최고지도자의 무능과 무지는 최악의 죄악이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