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재림?

기존의 패러다임과 선거경험을 가지고는 이번 선거결과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재앙으로 끝나긴 했지만 4.13총선의 지배자도 박근혜였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지지의 강도가 약하거나 합리적 보수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의 박근혜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 야권 지지자들의 박근혜에 대한 미움과 유사파시즘 국가로의 이행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는 것을 빼고 총선 결과를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다.

야권은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일여다야의 선거구도와 지리멸렬이라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는 공천, 뚜렷한 어젠더의 제시 실패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했다. 박근혜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과 미움과 공포감이 모든 걸 휩쓸어 버린 것이다.

반사이익에 따른 개가라는 점에서 4.13 총선은 야권이 마지막으로 승리한 2004년 17대 총선과 매우 흡사하다. 그때도 노무현에 대한 증오와 멸시로 무장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노무현을 탄핵하지 않았던들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획득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졸지에 금뱃지를 달게 된 이른바 탄돌이들은 주제 파악 못 하고 까불다 녹아 없어졌고 정권은 속절없이 넘어갔다.

탄핵으로 인한 총선 대승 직후 열린우리당 우경화의 선봉은 정동영이었다. 그 정동영이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와 문재인을 매섭게 비판하며 국회에 입성하는 걸 보니 감정이 복잡해진다. 현 시점에서 관건은 더민주가 12년 전 열린우리당이 저지른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월호 2주기 행사 참석도 주저하는 김종인을 보면 영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김종인이 계속 더민주의 수장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비상사태는 종결됐으니 말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야권이 협력해서 국회에서 긴절한 개혁입법들을 제도화하고, 직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정을 날카롭게 추궁한다면 대선 승리의 7부 능선은 넘는 셈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건 야권의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을 아우르는 대표선수들이 모두 원샷경선에 참여해 전국을 돌며 레이스를 펼친다고 가정해보자. 유권자들의 관심과 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2002년 민주당 국민참여경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공을 거둘 것이 자명하다. 원샷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모두가 발 벗고 돕고, 일종의 연합정부를 구성한다고 선언한다면 대선 압승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특정후보가 원샷경선에 불참할 것에 대비한 플랜의 마련도 필수적이다. 여기서 특정후보는 물론 안철수를 의미한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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