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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를 지키는 박근혜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7월 23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사를 아버지로 둔 소녀가 에어컨 수리를 하다 실외기가 설치된 철제난간이 무너져 숨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일기를 읽었다. 소녀의 일기는 아래와 같다.




7월 10일(일요일)


제목: 우리 아빠


아빠만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우리 아빠
우리를 위해서 몸을 바치신 우리 아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빠
불상(쌍)한 우리 아빠
평생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아빠
왜 우리만 두고 가신 우리 아빠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자꾸만 우리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시골에 차타고 같이 장난치고
살아있는 것만 같다
아빠가 살아있으면 새끼 강아지도 밨(봤)을 탠대(텐데)
우리가 살아있으면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봤을 텐데 그리고 우리를 안아
주셨을 텐데...
너무 너무 보고싶은 우리 아빠
그리운 우리 아빠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불쌍한 아빠"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소녀의 일기를 읽으며 우병우 생각이 났다. 우병우는 처가와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게 거짓말로 탄로나자, 장모를 위로하러 갔을 뿐이라는 말 같지 않은 변명을 했다.



(넥슨과 처가 부동산 매매) 계약 당일 장모님이 와 달라고 해서 갔다. 가서 주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드리는 일밖에 없었다. (장인이) 열심히 일해 번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우셨다. 그래서 제가 그날 위로해드렸다. 이게 전부다. “계약현장에 가 장모만 위로” 우병우 황당한 궤변

이게 우병우의 항변이다.


누군가는 항상적인 위험에 노출된 채 등골이 빠지게 일하다 비명횡사하고, 누군가는 1300억대 토지와 빌딩을 매도하며 눈물을 흘린다.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남겨진 딸은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우병우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거둔 처가를 위로한다. 같은 하늘 아래 완벽히 분리된 두 개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


두 개의 대한민국을 통합시킬 책임과 권한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민정수석직 유지는커녕 수사를 받아도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의로운 일”이라 박근혜 대통령에 ‘격려’ 받은 우병우의 ‘4대 의혹’)우병우에 대한 신임을 표시(박 대통령 “고난 벗 삼아 소신지켜라” 우병우 두둔)하며 두 개의 대한민국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 태어나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의로운 일", "고난"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근혜는 대한민국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 같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