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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의 난' 관전기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8월 22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단연 우병우다. 우병우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세인들의 격렬한 비판과 최고 권력자의 열렬한 애호를 동시에 받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우병우의 난(亂)을 내 나름으로 정리해 봤다. 이름하여 '우병우의 난' 관전기다.


박근혜는 문고리 3인방 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우병우가 추가됐다. 우병우가 사실상 소통령 역할을 하며 국정 전반에 개입한 흔적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여기까진 국면 일단계다(박 대통령은 왜 우병우를 버리지 못할까?).


조선일보는 총선 참패 후 친박으론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비박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주려면 박근혜의 힘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그건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의 사정기관에 대한 박근혜의 장악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병우가 박근혜와 한 몸이 돼 사정기관들을 수족 부리듯 하니 조선일보 입장에선 우선 우병우를 수술하는 것이 급했다. 강남역 우병우 처가 빌딩 매매 의혹 보도는 조선일보가 우병우를 수술하기 위해 던진 선제공격이었다. 그 후 거의 모든 매체가 앞다투어 우병우 관련 온갖 부정, 비리, 위법, 탈법 의혹들을 쏟아냈다. 여기까지가 국면 이단계다.


우병우는 십자포화에도 아랑곳없이 버텼다. 우병우의 배후에는 물론 박근혜가 버티고 있다. 박근혜 입장에서 우병우를 버린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카드다. 박근혜가 보기에 우병우처럼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도 사정기관들을 완벽히 장악하는 사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박근혜가 우병우를 버리면 사정기관들에 대한 박근혜의 장악력이 현저히 이완되고, 이는 곧 박근혜가 잔여 임기를 버틸 수단이 상실됨을 뜻한다. 박근혜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우병우를 지킬 수밖에 없다. 한편 뜻밖에 박근혜의 내시 이정현이 새누리의 대표가 됐고, 이로써 박근혜와 친박이 미는 반기문이 새누리당의 대권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일보의 바램과는 반대로 말이다. 여기까지가 국면 삼단계다.


지금은 국면 사단계다. 박근혜가 임명한 특별감찰관 이석수가 우병우의 비리 혐의 등을 캐자 위협이라고 느낀 우병우가 집요하게 조사를 방해했고("경찰에 자료 달라면 딴소리...민정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급기야 조선일보 기자와 이석수가 한 통화 내용이 문화방송에 흘러갔다. 청와대와 우병우는 이를 기회로 이석수를 찍어내려 한다(우병우 대신 이석수 수사하라니...'적반하장' 청와대). 한편 조선일보는 대화 내용이 문화방송에 흘러간 방법과 경로를 의심하며 청와대와 우병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우병우가 호가호위할 수 있는 건 권력 유지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박근혜 덕택이다. 갖가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인 자가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부리며 자기 사건에 대한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수사방향을 지휘한다면 이게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우병우의 난'에는 최소한의 공정함, 최소한의 균형 감각, 최소한의 염치도 찾아볼 수 없다. '우병우의 난'은 한편의 저질 정치포르노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