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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정신감정하는 자리인가?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9월 13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올 들어 벌써 두 번째인 북한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 이제 우리와 국제사회의 인내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봐야 할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과 정치권이 현실적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기본적인 것들을 해야 한다”,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조기 귀국한 박 대통령 “김정은 정신상태 통제불능”)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급히 귀국한 박근혜가 청와대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한 발언들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잘했다고 할 사람은 북한을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 당연히 김정은 북한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대통령 노릇을 한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김정은을 저주하는 건 복덕방에 모인 노인들이나 시장통의 상인들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고 저주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북핵개발을 예방하는 자리이고, 이미 개발된 북한 핵무기의 발전을 억제하는 자리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열심히 개발하는 동안 박근혜는 무얼 했던가? '북한붕괴'라는 주문만 열심히 읊어댔다. 책임을 통감하고 주권자에게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는 야당과 주권자를 "불순세력" 혹은 "사회불안 조성자"로 몰며 북한의 핵실험에 뒤숭숭한 시민들을 경악게 하고 있다. 이렇게 염치가 없기도 어렵다.


5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 삼위일체(핵물질, 운반체, 기폭장치)를 거의 완성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모양이다. 쉽게 말해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투를 다량 생산해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어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곧 지닌다는 것이다. 이 정도 핵능력을 구비한 김정은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및 관계정상화 없이 핵무장을 해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이런 소망에 응할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군산복합체의 이해와 대중국미사일 포위망 구축을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불량국가가 미국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악의적 무시로 일관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전작권도 없는 주제에 군사적 상상력(군이 꺼낸 ’대량응징보복’ 전면전 비화 도화선될라)에 의존해서는 북핵위기가 절대로 해소될 수 없다.


북핵위기의 포괄적이고도 궁극적인 해법은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및 관계정상화와 핵능력을 교환하는 것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하필 대통령이 박근혜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