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아이들, 머리하는 박근혜

온 국민이 궁금해하는 세월호 박근혜 7시간 중 90분이 밝혀졌다. 박근혜가 최순실의 소개로 10년 이상 다녔던 청담동 미장원을 청와대로 불러 그 유명한 올림머리를 한 것이다(박대통령 “315명 배에 갇혀있다” 보고 받고도 미용사 불러).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후로부터 1시간 남짓이 지난 오전 10시 박근혜는 김장수로부터 세월호 사건 관련 첫 보고를 서면으로 받았다. 청와대는 박근혜가 10시 30분 해경청장에게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나 확인된 건 아니다. 10시 30분 세월호는 침몰했다. 오전 11시 23분 김장수는 세월호에 315명이 갇혀 있다는 보고를 유선으로 박근혜에게 했다.

박근혜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간에 사실상 유고 상태였다. 오전 내내 세월호 구조에 관한 어떤 실질적 결정도 내리지 않고,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모를 박근혜는 정오가 되어서야 행차 준비를 한다. 올림머리를 하기 위해 청담동 미장원을 호출한 것이다. 박근혜는 오후 내내 행차 준비를 하다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거기서 박근혜는 “학생들이 다들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렵습니까?” 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

오전 내내 시간을 허비하다 오후엔 행사 준비로 또 시간을 낭비한 박근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 동안 세월호는 잠겼고 아이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어갔다. 아이들이 손톱으로 선체 벽을 긁으며 절규하던 그 시간 여배우처럼 느긋하게 머리를 하는 박근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무능이나 무책임이나 무지로 당시 박근혜를 설명하는 건 어렵다. 분명한 건 사건 당일 올림머리를 하던 박근혜가 침몰 다음 날 진도 체육관을 방문해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던 박근혜, 지방 선거를 앞두고 거짓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 세월호 진실 규명을 철저히 묵살한 박근혜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악(惡)의 기원을 알 수 없고, 악을 정의할 수 없으며, 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악이 현존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만 안다. 세월호 사태에서 우리는 인격화한 악을 본다. 온 몸이 떨리고 이가 갈리지만 우리는 그 악을 직시하고, 그 악 혹은 그 악의 배후에 있는 악들과 대결해야 한다. 그 대결에서 패배하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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