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탄핵 이후에 생각하자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한 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정도 될 것이다. 야구의 역사를 통틀어 이 격언보다 유명한 격언도 드물다. 요기 베라의 이 격언은 비단 야구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세상사와 인생사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인생사건, 세상사건, 스포츠건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금의 탄핵 국면을 요약하는 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보다 더 적확한 말은 없다. 천만 시민이 엄동에 거리와 광장을 메우고, 의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특검이 박근혜-최순실 일당과 부역자들의 죄상을 속속들이 밝히고, 헌법재판소가 재판 초기에 속도를 내는 동안 상황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졌고, 박근혜를 공개적으로 비호하는 정당은 사라졌으며, 청와대는 고립된 섬이 된 것이다.
모두가 박근혜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대선을 준비했다. 누구나 박근혜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탄핵)은 이미 내려졌고, 사법적 처단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모르쇠 전술과 시간 끌기 전술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갔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나? 박근혜는 특검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최순실은 묵비를 방패로 강압수사를 주장했으며, 거짓 뉴스가 대량으로 생성, 유통됐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극우깡패들이 집결했으며, 황교안은 대통령이나 된 듯 행세하고,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비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조직적 반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의 이행이 평화로웠던 적이 거의 없었음을. 대개 왕정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내를 이루는 내전을 치른 후 종식됐다. 왕과 왕당파는 끝까지 저항하다 목이 잘렸다. 현재 대한민국은 박정희-박근혜 유사왕정의 폐절을 두고 내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다만 이 내전은 총과 칼이 동원되지 않을 따름이다. 박근혜를 수괴로 하는 왕당파는 절대 그냥 물러나지 않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치단결해 헌재에 조속한 탄핵인용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하고, 특검 연장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시민들도 전열을 정비하고, 거리와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관심을 ‘공정(公正)’에서 ‘신속(迅速)’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은 오직 주권자로부터 나온다. 박정희-박근혜 유사왕정을 끝장 낸 이후에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대선은 박근혜의 정치적 숨통을 끊은 이후부터 생각하자.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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