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들은 충분히 인내했다

헌법재판소는 87년 헌법의 아들이다.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87년 헌법은 여러 소중한 성취들을 담고 있지만, 그 중 손에 꼽히는 것이 헌법재판소다. 87년 헌법은 헌법재판을 법원에 맡기지 않고 헌법재판소를 신설해 헌법재판소에 맡겼다. 설립된 지 30년이 지난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대한민국에 정착시켰고,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켰다. (헌법재판소 설립 25주년…역사를 바꾼 결정들)

현행 헌법은 30년째 수명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이래 최장기다. 87년 헌법이 아직까지 생명을 이어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헌법재판소의 존재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을 통해 추상적 규범인 헌법의 빈틈을 부지런히 메우고 있는 까닭에 헌법개정의 필요를 덜 수 있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설립 이래 87년 헌법이 기대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다.

지금 헌법재판소는 설립 이래 가장 중대한 사건을 취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청구 사건이 그것이다. 박근혜는 헌법위배행위(가.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준수의무 위배, 나. 직업공무원 제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평등원칙 위배, 다. 재산권 보장, 직업 선택의 자유, 기본권 보장 의무, 시장경제 질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및 준수 의무 위배, 라. 언론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위배, 마.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배)와 법률위배행위(가.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범죄, 나.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다.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라. 문서 유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관련 범죄)로 인해 탄핵소추를 받았는데, 각각의 위배행위가 너무나 엄중하고 치명적이다. (탄핵심판의 법적 쟁점 집중분석)

각각의 위반행위를 입증할 증거와 증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가운데, 박근혜측은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도 팽개친 채 지연전술로 일관하고 있다.(박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빤한 수법 5가지) 국민들 사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에게 지나치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하루속히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주권자들의 심정은 십분 이해된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은 재판절차의 공정성과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선해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재판관들이 상황의 엄중함과 비상사태의 조속한 종결 필요성을 모를 리 없다. 또한 헌법재판관들은 주권자들이 헌법재판관들의 헌정수호 의지와 법률가로서의 양식을 믿고 묵묵히 인내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또렷이 알 것이다.

이제 ‘인내의 시간’은 지나갔고 ‘결단의 시간’이 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시간도 그와 같을 것이다. 세상은 바뀐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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