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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것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7년 04월 10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이명박과 박근혜가 다스린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다 보니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지상과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권교체만큼, 아니 정권교체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가 있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 탄핵사태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타고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들 국정운영에 실패한다면 모처럼의 정권교체가 허사가 될 것임은 물론이고 가까운 장래에 야권이 집권하기가 난망일 것이다. 유권자 다수의 정치적 지향이나 인식이 오른쪽으로 편향된 대한민국에서 진보, 개혁 진영이 집권할 기회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는 우리가 참여정부의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준비 없는 집권으로 인한 시행착오는 참여정부로 족하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진보, 개혁진영의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고전(苦戰)했고, 이명박 정부라는 퇴행적 정권이 아무런 저항 없이 출범했으며, 결국에는 노무현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비선출 권력기구 거의 전부를 장악하고 있는 특권과두동맹(재벌을 정점으로 수구정당, 고위관료, 사법권력, 검찰, 비대언론, 종교권력 등으로 구성된 지배 카르텔)은 박근혜라는 통제불가능한 변수로 인해 5월 9일에 치러질 장미대선은 단념한 상태로 보인다.


대신 특권과두동맹은 대선 이후를 도모할 것이 자명하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에는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경제성장의 둔화, 모든 부문의 양극화, 정부부채 및 가계부채의 폭증, 인구절벽, 사드 배치로 상징되는 미중 간 갈등, 남북 간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있는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등의 난제 중 차기 정부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단 하나도 없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정교하고 치밀한 개혁 플랜과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강철 같은 의지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특권과두동맹이 그 틈을 사정없이 파고들 것이다.


차기 정부가 특권과두동맹의 융단폭격을 견디면서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략 5가지 요소가 반드시 구비되어야 한다. 명확하고 정교한 국가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패키지의 마련, 한국사회를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개혁할 정치주체의 형성, 개혁적 정치주체에 의한 당․정․청의 구성 및 당․정․청간의 긴밀한 소통, 유권자 다수가 정권교체로 인한 경제사회적 효과를 체감하도록 만들 킬러정책의 설계와 집행, 특권과두동맹의 공격으로부터 전략적 인내심을 지니고 개혁정부를 지지하고 지탱해줄 각성한 시민들이 그것이다.


특히 차기정부가 신경 써야 하는 대목은 유권자 다수가 정권교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다수의 지속적인 지지 없이는 차기 정부가 특권과두동맹의 맹공을 견디며 개혁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길이 없다.


기본소득도 좋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도 좋고, 일정 수준 이하의 임금근로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좋고, 집값 안정도 좋다. 중요하고 또 중요한 건 유권자 다수가 개혁정부를 선택한 데 대한 경제사회적 보상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유권자 다수의 경제사회적 조건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킬러 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통해 유권자 다수의 정당한 지지를 조직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개혁과제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지지자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고, 지지의 강도도 더 공고해질 것이다. 개혁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면 근본적이고 복잡한 개혁과제의 해결도 가능해진다. 유권자들의 지지와 개혁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정권교체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하려는 이유는 적폐를 청산하고 악당들을 응징하며 무엇보다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함이다.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풀어서 설명하면 출생이 인생을 결정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며, 기여와 보상이 상응하고, 지대를 먹고 사는 무리들이 적으며, 경쟁에서 낙오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고, 전쟁이나 재해로부터 안전한 나라다. 우리가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면 정권교체를 굳이 해서 무엇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