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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감별법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7년 04월 17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대통령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겠지만 5월 9일 치러질 대선은 한국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롭고 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는 정초선거(定礎選擧)가 되어야 한다.


익히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가 원수이다. 물론 민주화 이후 사회가 다원화되고 권력이 분권화되었기 때문에 과거의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라 할 대통령이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국가 모델을 지향하느냐, 어떤 원리와 질서로 주조되는 공동체를 꿈꾸느냐, 그가 가진 식견과 판단력이 얼마나 탁월하냐, 자신이 지닌 철학과 이상을 정책과 법률로 만들어내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앞날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이며 나라의 운명과 시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임박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9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을 살펴보는 건 그래서 꼭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은 적어도 네 가지 덕목들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훌륭한 인품이다. 여기서 훌륭한 인품이란 공심, 진실성, 정직, 청렴함, 책임감, 겸손함, 포용력, 소통능력, 판단력, 결단력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공심, 진실성, 정직, 청렴함, 책임감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공공에 헌신하려는 마음이 없고 진실하지 않으며 부정직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청렴하지 못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덕목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은 고사하고 공직자가 되면 안 된다. 특히 선공후사의 정신은 대통령이 되려는 자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공심 없이 사심만 가득한 자가 대통령이 될 때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우리는 지난 9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다.


또한, 겸손함과 포용력 그리고 소통능력은 계층, 지역, 이념, 세대 간 대립과 갈등이 매우 격렬한 한국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대통령이 꼭 갖춰야 할 조건이다. 아울러 국내·외에 산적한 현안들을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고도의 판단력과 단호한 결단력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지지자만 국민으로 간주한 대통령은 박근혜 하나로 족하다.


둘째, 제대로 된 국가발전전략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발전전략이란 절차적 및 실질적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시장경제 모델의 발굴, 인간적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제도의 구축 등을 포괄한다. 특히 차기 대통령은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라 할 수 있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명확히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해소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차기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 최저임금의 상향, 소득보조금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셋째, 남북 간 평화체제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이다. 북핵 및 장거리 미사일로 상징되듯 지금 남북 간 관계는 일촉즉발 상태다. 사드가 대표하듯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다툼이 첨예한 가운데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화약고가 됐다.


이런 때일수록 차기 대통령은 국익의 관점에서 중심을 잡고 북한과 미국,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북 간 평화체제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남북 간 평화체제 및 동북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엔진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기 대통령은 욕심을 다스릴 줄 아는 절제력을 지녀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건국 이래 쌓인 적폐와 비정상을 걷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게 맞다. 빛이 나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며 비난과 고난이 따르겠지만, 그게 19대 대통령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 우리에겐 재임 중 업적에 연연하지 않는 머슴형 대통령이 필요하다.


물론 위에 열거한 덕목을 다 갖춘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가까운 사람을 뽑으면 된다. 이미지나 스펙에 현혹되지 말고, 거짓 뉴스와 악의적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누가 19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