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특권과 대결하라

도발적인 질문 하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정의로운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의로운지에 대해선 생각이 분분할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단 단서가 있다. 다양한 명목과 유형의 특권(경제학 용어로는 지대)를 공적으로 환수하고, 기여와 보상이 상응한다는 단서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일제에 의한 수탈과 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경제사회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토지개혁이 상징하듯 특권(지대)를 누리는 신분과 세력이 적었던 데 있었다. 남이 피땀 흘려 만든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특권층이 적고 출발이 평등하니, 모든 사람이 필사적으로 일하고 저축하고 자식교육 시키고 기술개발하고 창업하고 영업했다. 게다가 냉전체제의 최선봉 대한민국을 미국이 전략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주·객관적 조건에서 어떻게 고속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특권의 억제로 흥기한 대한민국은 특권의 제어에 실패하면서 헬조선이 됐다. 특권의 쌍두마차격인 ‘재벌체제’와 부동산공화국’을 보면 내 말이 이해될 것이다. 국가로부터 온갖 자원과 특혜를 독식한 재벌들은 현재 사회경제 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로서 아예 ‘재벌체제’라고 불릴만한 지배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부동산공화국은 ‘재벌체제’의 뺨을 때릴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한국의 國富(국민순자산)는 1경2,359.5조 원으로 추산된다. 놀라운 건 그 중 토지자산이 6,575조 원(54.2%), 토지자산에 주거용 건물(1,243조 원)과 비주거용 건물(1,318조 원)을 합친 부동산 자산은 9,136조 원(75.3%)이라는 사실이다.

토지+자유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300조 원 이상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한다고 한다. 가액 기준으로 2013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6%(상위 10%는 65%)를, 법인 토지 소유자 상위 1%는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쉽게 말해 극소수의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이 타인이 피땀 흘려 만들어 낸 천문학적 부를 매매와 임대를 통해 합법적으로 약탈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특권의 해체와 공적 환수라고 답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권의 다양한 유형과 성격과 연원을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쉬운 특권부터 공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예컨대 토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치는 공적으로 환수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은 인간이 만들지 않았고, 토지 등의 자연자원의 가치 증가는 전적으로 공동체의 기여이기 때문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공적으로 환수하는 데서부터 특권의 해체 및 공적환수를 시작하자. 이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형평성 기준을 충족시키며, 효율성 기준(경제성 효율성 및 제도 운영비용) 역시 충족시키는 세금이다. 또한 토지보유세는 초과부담(excess burden) 또는 사중적 손실(死重的 損失, deadweight loss)이 가장 적은 세금이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소위 램지의 조세원칙(Ramsey tax rule)에 가장 가까운 세금이다. 한마디로 토지보유세는 최고의 세금이며, 경제에 부담이 아니라 큰 도움을 주는 세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종부세를 통해 특권과 정면대결한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하는 보유세(예컨대 이재명의 대표공약 국토보유세+토지배당 같은)를 도입하기 바란다. 그게 노무현의 길이며, 노무현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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