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단속 코스프레 할 때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합동단속에 나서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심정은 답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9일 “다음 주 서울 일부 지역 등 집값이 불안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등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 합동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분양권 불법거래를 비롯해 ‘떴다방’ 등 임시중개시설물 설치, 다운계약 등 실거래가 허위신고 등도 단속 대상이라고 한다.(주택시장 달아오르자…정부, 내주 부동산 과열지역 합동단속)

하지만 그런 식의 퍼포먼스가 무슨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완장을 차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물론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위법행위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투기가 근절될 리도 없거니와 투기심리가 가라앉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투기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투기가 범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체포하는 시늉을 해 왔던 터라 투기합동단속이 시장에 던지는 위하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파리가 꼬이는 건 상한 음식이 있어서다. 상한 음식을 치우면 파리도 사라진다. 상한 음식을 그대로 두고 파리를 잡겠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건 어리석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합동단속이 꼭 그와 같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합동단속 같은 조치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정작 시장이 주목하는 건 종부세 강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다. (이종구 “文 정부는 노무현 정부 계승하나” 김동연 “종부세 강화 검토 안 해”) 경제부처의 수장이 이 엄중한 시점에 종부세로 상징되는 보유세 강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소릴 공공연히 하는 마당에 시장참여자들이 투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내가 진정 염려하는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의 정책을, 예컨대 LTV 및 DTI를 최경환 이전으로 환원하는 수준의 대책, 찔끔찔끔 내놓는 것이다. 정부가 그렇게 대응하면 내성이 생긴 시장은 점점 다루기가 어려워지고, 시장참여자들은 자기실현적 예언에 사로잡혀 앞다투어 투기에 뛰어들게 된다. 투기의 불길이 모든 걸 삼키는 타이밍에는 정부가 보유세 강화 같은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에겐 아직 시간과 기회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대폭 강화와 고강도의 금융규제를 통해 투기 심리가 아예 발호하지 못 하게 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을 세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지지의 질도 참여정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망설이거나 주저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미연에 예방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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