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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설 곳을 잃다

4기 연수생 B팀 프로필 사진 4기 연수생 B팀 2016년 03월 22일

2016년 뉴스타파 동계 연수 B팀입니다.


정치는 시민의 삶과 분리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청년 정치가 활발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청년 층의 낮은 투표율과 기성 정치권의 벽을 주로 꼽곤 합니다. 지난 4주간의 일정으로 한국 저널리즘 센터/ 뉴스타파 동계 연수에 참여한 연수생들이 직접 청년 유권자들을 만나 정치 참여를 기피하는 이유와 청년 정치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청년 정치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해답도 모색해봤습니다.



청년 정치는 필요한가? 청년의 관점에서 보는 정치


▲ 2016년 1월 27일, 청년정책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복지부의 제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6년 1월 27일, 청년정책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복지부의 제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서울시의 이른바 ‘청년수당’ 정책(정식 명칭은 청년활동지원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청년수당 정책은 중위 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청년들의 취업 활동을 위해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청년수당 정책은 정책 입안 과정부터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내놓은 정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1월 14일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법에 따라 사전에 정부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 수당 정책은 무효라며 서울시 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만든 정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에 청년들은 1월 27일 ‘청년정책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대법원에 소송 기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청년들이 정치 영역에서 무언가를 직접 성취했던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이 팽배한 이유입니다. 청년들은 자신이 바라는 점이 받아 들여진 경험이 없었기에 무엇인가 바꿀 수 있다고 믿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청년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은 청년의 문제를 청년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청년 비례 대표제로 선출된 김광진 의원은 “자신의 역할은 청년의 관점으로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 유권자 정수용씨도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수록 더 공감하고, 나아가서 더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대표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대표인 국회의원과 유권자간 정체성의 일치를 강조했습니다. 일치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표로서의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청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층과 정체성이 일치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청년층의 문제를 자신의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여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즉, 청년 정치인일수록 청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청년 정치인은 2.6%에 불과. 20대는 한 명도 없다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통계청(2015년12월말 기준)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통계청(2015년12월말 기준)

그렇다면 청년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요? 보는 관점에 따라 ‘청년’의 기준은 다양할 수 있지만, 40세 미만을 ’청년’으로 정의해 봤습니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40세 미만은 모두 8명, 그나마 비례대표로 당선된 5명을 합한 숫자입니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2.6%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40세 미만 유권자(2015년 12월 기준)는 전체의 36%에 달합니다. 청년 국회의원의 비율은 청년 인구 비율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20대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1명도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대 국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청년 정치인의 비율은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월 말을 기준으로 이번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구 예비 후보자 가운데 청년의 비중은 3.8%에 불과합니다. 여야 정치권이 비례대표 의석 수를 54석에서 47석으로 축소하는데 잠정 합의했기 때문에 청년 비례대표도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19대 국회에서는 청년 몫으로 2석을 할당했던 새누리당은 당선 안정권에 1석을 배정하기로 했고, 더불어 민주당도 19대 때 수준인 2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청년 정치의 기반, 청년 비례대표제


그렇다면 실제로 비례대표제는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데 효과적일까요? 비례대표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손정욱 비례대표제포럼 청년위원장은 비례대표제가 청년층의 목소리를 잘 담아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사표가 없어요. 득표한 만큼 의석으로 전환이 됩니다. 그러면 20-30대의 표가 더 이상 죽는 표가 아닌거죠. 20-30대가 투표한 만큼 정당이 의석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정당의 입장에서도 청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표가 되는 것이죠.



청년 비례대표 의원은 청년 지역구 의원보다 청년 의제를 다루기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청년 지역구 의원의 경우 나이는 젊지만 청년의 의제를 주로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역구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세대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주요 청년 정책들은 대부분 비례대표 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각 정당에서도 청년의 문제를 청년 비례대표들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 이준석 예비후보는 당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청년 정치인들에게 청년 문제를 일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청년 지역구 의원에 비해 청년 비례대표가 청년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시각이 드러난 것입니다.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청년 정치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청년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청년들의 작은 승리의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서울시립대 학생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되고 나서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실제로 등록금을 반만 내면 됐습니다. 1년 뒤 실시된 2012년 4.11 총선에서 시립대 학생들의 부재자 투표율은 80%에 달했고, 전체 학생들의 투표 참여율 역시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18%나 증가했습니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했더니 내 삶이 바뀐다는 경험을 했던 것이 투표율 증가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정의당 배준호 부대표는 청년들에게 복지경험을 주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소한 경험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정치 참여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청년 정치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습니다. 청년 유권자들과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의 희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국회는 이들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제는 청년 정치를 확대하는 기반입니다. 20대 총선에서 여야가 비례대표 의석 수를 축소하는 것은 청년 비례대표의 축소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정치권은 청년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을 져버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취재, 촬영: 정성욱, 최재서, 신혜인, 안서경(2015 동계 뉴스타파 연수생)
편집:안서경